조달청, 총사업비 8077억원 중 5100억원 규모 발주경제성 미흡에도 예타 면제…與, 현미경 검증 예고
  • ▲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사업 적정성을 두고 정치권 공세가 거센 가운데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입찰이 발주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전날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를 수행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의 입찰공고를 '나라장터'에 게시했다.

    입찰 기간은 17일까지이며 3개 업체가 사전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은 입찰 완료 직후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고는 활주로와 계류장, 관제탑, 항행 안전시설 등으로 조성하는 에어사이드(air side, 항공기가 이동하는 장소) 관련 공사로,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이다. 총사업비는 8077억원 중 5100억원 규모다.

    전북도는 이르면 2028년 공항을 완공해 물류 체계 트라이포트(공항·항만·도로)를 갖추고 새만금 투자 유치와 내부 개발 가속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가 추산하는 새만금국제공항의 연간 여객수요는 개항 30년 뒤인 2058년 기준으로 105만명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인접한 군산공항조차 이용객이 뜸한 상황이라 경제성 논란이 계속됐다. 민군(民軍)공항으로 쓰이는 전북 군산공항에서 불과 1.35㎞ 옆의 새만금 매립지 위에다 2500m 활주로 1본을 갖춘 또 다른 신공항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광주·전남·전북을 아우르는 서남권에는 이미 거점공항으로 조성된 무안국제공항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에 새만금국제공항 개항시 양 공항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새만금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군산공항의 민항기능을 이전하더라도 서남권에는 새만금국제공항을 비롯해 무안국제공항, 광주공항, 여수공항 등 공항만 무려 4곳이다. 광주공항의 민항기능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폐합하기 위한 절차도 지지부진하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전북도가 2015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유치를 선언한 이듬해인 2016년 5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됐다. 2017년 8월 새만금 일대가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인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만금국제공항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당시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 가운데 유일한 공항건설 프로젝트였다. 새만금국제공항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는 0.479로, 경제성 판단 기준인 1을 크게 밑돌았다.

    그런데도 속전속결로 진행된 예타면제에는 "2023년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새만금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전북도 측 의견은 물론, 전북 정읍시 출신으로 전북지사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던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의 의중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전북 군산시를 본사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한 이상직 전 의원(구속)도 예타면제 발표 직후 "새만금국제공항의 꿈을 이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만금국제공항은 2022년 6월께 기본계획이 수립돼 2023년 새만금 잼버리 개최 전까지는 사실상 개항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새만금 잼버리도 끝난 마당에 사업착수 시점을 항공수요에 맞춰 좀 더 미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이번 잼버리 파행 사태를 계기로 새만금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추진 경위를 세밀하게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전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관련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며 "이런 예산을 합치면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향후 예산 정국에서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한편 환경단체는 이와 별개로 절차적 하자와 환경 파괴 가능성을 제기하며 입찰 발주를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을 지을 건설업체부터 선정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는 계약 파기가 우려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활주로 증설에 불과한 공항을 짓기 위해 수라 갯벌이 매립될 위기"라면서 "국가균형발전과 민간 국제공항이라는 허구로 위장된 새만금 신공항은 막대한 혈세를 들여 갯벌과 소중한 생명을 파괴하는 위험천만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