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총 4‧5위 엘앤애프‧포스코DX, 코스피 이전 추진거래소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무색…시장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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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코스닥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4위 기업인 엘앤에프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코스닥 시총 5위 기업인 포스코DX도 지난 23일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한 주주총회를 오는 10월 5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시총 3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합병 후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은 반복돼왔다. 지난 2017년 초 코스닥 시총 2위였던 카카오는 같은 해 7월 이전 상장했으며, 셀트리온, 포스코케미칼 등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있던 기업들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선 벌써 에스케이오션플랜트, 비에이치, 나이스평가정보 등 3개 기업이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갔다. 이는 지난 2021년 2곳, 2022년 1곳에 불과한 것과 비교했을 때 빠른 흐름이다.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업 이미지 개선과 함께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공매도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에 한해서만 허용되는데,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 가면 코스피200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이전상장 결정을 발표한 엘앤에프와 포스코DX 모두 코스닥 시장 내 공매도 수량 상위 기업이다. 

    업계에선 주요 기업의 이탈로 코스닥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뒤 유가증권시장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시장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 기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 우량 기업을 선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거래소의 제도다. 출범 당시 53개 종목을 편입했지만, 이중 셀트리오헬스케어, 엘앤에프, 포스코DX, 비에이치 등이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높은 정보 비대칭과 대리인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의 경제적 기능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상장기업을 발굴·분석·평가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와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라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좋은 저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