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의료현장서 '시행 거부' 움직임500만원 벌금 부과되지만 실태조사 미계획설치비 지원 '역부족' 논란도 여전 의협,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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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지만 일선 현장에서 '시행 거부'를 비롯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반쪽짜리로 전락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CCTV 설치 의무화가 담긴 의료법개정안은 2년 전인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CCTV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을 때 가능하다. 마취될 때부터 환자가 수술실을 나갈 때까지 촬영한다.

    의료인이 CCTV 촬영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은 6개로 정해졌다. 

    구체적으로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수술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수술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통신 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다. 

    촬영과 별도로 녹음도 요청할 수 있는데 수술에 참여하는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촬영 또는 녹음까지 된 영상은 수사기관 및 법원,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서를 제출하면 촬영된 사람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볼 수 있다.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CCTV 의무화에 따른 페널티도 부과된다. 설치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CCTV와 관련한 실태조사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설치를 거부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한 개원가 원장은 "CCTV는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 막대한 금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상황에서는 의무화 시행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불편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병원급 이하의 경우는 CCTV 설치시 국비 25%, 지방비 25%, 자부담 50%가 발생한다. 그러나 종합병원 이상은 CCTV 설치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수술방이 많은 곳일 경우엔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소재 종합병원 임원은 "수술실 CCTV가 규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충분한 재정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다면 제도 시행을 미루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 의협, 헌법소원 임박… 필수의료 붕괴 주장 

    대한의사협회(의협)은 CCTV 의무화가 필수의료 붕괴의 통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데 9월 둘째 주 내에는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 청구인을 모집을 잠정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소송이 난무하는 실정이라 대다수 필수의료 의사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인데 CCTV 의무화는 이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소송 난립을 방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 CCTV의 의무 설치·운영으로 인해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초래 및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CCTV 의무화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최적의 수술 환경이 아닌 방어 진료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의료진 및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