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여있던 1조 송금… 3000억 이전 준비엔텍합 횡령대금 700억도 우선 변제조달 리스크 고개… 2.6% 줄어
  • ▲ 이란 원유선ⓒ연합뉴스
    ▲ 이란 원유선ⓒ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동결자금 해제에 합의하면서 한국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예치된 이란 원유 결제 대금 약 60억달러(7조9500억원)가 이전 수순을 밟고 있다. 

    저리로 묶여 있던 자금이 해외로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맡겨진 자금 1조원과 이란 상업은행 명의의 자금 3000억원을 보유중이다. 

    이번 동결자금 해제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란과 교역에서 사용된 자금 약 1조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최근 이란 중앙은행에 보냈다. 이란 상업은행 자금인 3000억원은 아직 이전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에는 이란 멜라트은행이 맡긴 초과지급준비금이 약 3조원에 달한다. 은행은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대량 예금인출 등을 대비해 중앙은행에 일정 비율로 현금을 예치한다. 초과지준금은 법정비율 이상으로 맡긴 자금이다. 

    수조원대 동결자금이 수년만에 해제된 배경은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 대가다. 

    이란 측은 2010년부터 우리나라 은행 2곳(우리은행·IBK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CBI) 명의의 원화 계좌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출한 원유 대금을 거래해왔다. 

    이후 2018년 5월 미국 정부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해왔다"며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對) 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그 이행 차원에서 해당 계좌도 동결됐다.

    그러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맞교환'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국에 십수년간 묵여있던 수조원에 이르는 이란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운용중인 자산이 줄어드는 등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결자금에 대한 이자도 연 1.6% 수준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1조3000억원의 동결자금이 보통예금인 저원가성예금으로 보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고금리 기조로 수신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기존 저원가성수신의 대규모 인출은 은행에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 조달력은 약화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조달합계는 360조17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2.6%가량 줄었다. 이란자금 제재 해제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700억원 규모의 자금은 이란 민간기업이 우리은행에 맡긴 예탁금이었다. 우리은행은 횡령 자금을 환수하지 못한채 자체 자금으로 이란 기업에 변제를 마쳤다.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과거 저원가성 자금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동하면 자금조달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은행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당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건전성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정부는 각국에 이란 은행명의로 원유나 가스 수출대금을 받아오던 자금의 동결을 해제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에게 “동결자금 이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외교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