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1~100위 50곳중 35곳 현금흐름 마이너스안강·삼부·벽산 등 유동성 악화 후 법정관리 수순미분양·자재값 상승·정국 불안·책준 미이행 4중고"PF 터진 작년보다 위험"…줄도산 현실화 가능성
  • ▲ 불꺼진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불꺼진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신동아건설·삼부토건·안강건설 등에 이어 시공능력평가 180위 벽산엔지니어링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올해 벌써 6개 건설사가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자 업계에선 '4월 위기설'이 돌았던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중견건설사 10곳중 7곳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돈맥경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줄도산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평순위 51~100위 건설사 50곳중 35곳이 2023년말(감사보고서) 또는 지난해 3분기(분기보고서) 기준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 유동성 및 현금창출력 지표로 꼽힌다. 해당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현금 순유입보다 순유출이 많음을 의미한다. 현금흐름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적자폭이 커진 경우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즉 중견건설사 10곳중 7곳은 현금흐름이 악화돼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부채비율이 적정기준인 200%를 웃돌아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건설사들은 현금흐름도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부채비율이 817%에 달하는 이수건설(시평순위 85위) 경우 현금흐름도 2022년말 118억원에서 2023년말 -746억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부채비율 821%인 한양산업개발(91위)은 현금흐름이 2023년말 -312억원을 기록, 2021년 이후 3년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실제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들도 대부분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건설면허 1호'로 알려진 삼부토건(71위) 경우 연결기준 현금흐름이 △2018년 -178억원 △2019년 -103억원 △2020년 -272억원 △2021년 -365억원 △ 2022년 -614억원 △2023년 -1070억원으로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안강건설(138위)은 2023년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46억원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기간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도 112억원에서 67억원으로 40.2% 줄었다.

    가장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엔지니어링 경우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2년말 -236억원에서 2023년말 -262억원으로 악화됐다. 같은기간 현금성자산도 124억원에서 89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선 미분양과 원자재값 상승, 정국 불안, 책임준공 미이행 등 '4중고'가 겹치면서 지난해보다 건설경기가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건설사들의 현금흐름 악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법정관리 신청 및 줄도산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불거졌던 지난해보다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2022년 하반기부터 촉발된 미분양과 공사미수금, 원자재값 상승 리스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가중된데다 정국 불안까지 겹쳐 건설사 입장에선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정된 중견·중소건설사로선 버티는 것말고는 해법이 없다"며 "현금유동성이 한계치에 이른 건설사들이 적잖은 만큼 당분간 법정관리 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