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사외이사 32명 중 9명 교체, 16명 재선임인원은 유지, 사외이사 1인당 소위원회 최대 6곳 맡아글로벌銀 1~3곳 담당 … 지배구조 모범관행 무색
  • ▲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석현 신한금융지주 부문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 이준수 한국금융연수원 원장ⓒ금감원
    ▲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석현 신한금융지주 부문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 이준수 한국금융연수원 원장ⓒ금감원
    금융지주사들이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진을 재편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여성 사외이사는 2명 늘었지만 전체 인원은 작년과 동일했다. 

    지배구조법 개정과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대규모 물갈이와 충원이 관측됐으나 실제로는 소폭 변화에 그치면서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업무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사외이사 전체 32명 중 23명의 임기가 올해 초 만료되는데 이 중 9명만 새 인물로 교체됐다. 16명의 사외이사는 재선임됐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최초 선임 시 임기를 2년 부여받고 1년씩 연장해 최장 6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KB금융만 최장 5년이다. 

    지난해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교체하며 가장 큰 폭의 지배구조 쇄신에 나섰다. 

    반면 하나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은 재선임하고 1명만 여성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을, 신한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부응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소폭 변화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2023년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국내 은행의 이사 수가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적다며 이사회의 절대적 규모와 다양성, 전문성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의 사외이사 수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13~14명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1인이 맡는 소관 위원회가 늘어나 금융지주 이사회가 전문분야 확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4일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서도 우리‧KB금융 등 일부 금융지주의 이사회 운영 문제점이 드러났다. 

    당시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2023년부터 은행권과 지배구조와 관련해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충분한 설립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목적을 어기고 단순히 거쳐가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도 굉장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4대 금융 내 위원회 수는 29개로 전체 사외이사 수(32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이 9개 소위원회를 운영해 가장 많았고, KB와 신한이 각 7곳, 우리금융이 6개의 소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사외이사 1인당 최소 2곳에서 최대 6곳의 위원회를 맡고 있다. 이사 1인당 평균 4개의 소관 위원회를 담당하는 셈이다. 글로벌 은행 사외이사 1인당 소관 위원회 수가 1~3개 수준인 것과 비교해 이사회 업무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금융지주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늘어날 예정이다.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내달 주총 전까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인당 소관 위원회 수가 많은 상황에서 전문성에 맞게 소위원회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금융지주들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늘려야 하지만 구인난에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