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등 잇단 신사업 진출 발표실제 사업은 진행 안하고 공시만 쏟아져소액주주들 "작전세력이 회사 망쳐" 분통
  • ▲ 자본시장의 검은 손. ⓒ디자인=황유정
    ▲ 자본시장의 검은 손. ⓒ디자인=황유정
    [편집자주]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돈과 자본을 매개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회 근간을 떠받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자본시장에는 늘 명과 암이 존재한다. 일확천금을 쫓으며 선량한 투자자들의 급소를 노리는 특정 자본 세력들은 음지에 숨어 온갖 불법을 일삼으면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부른다. 주식 투자자 1500만 시대를 맞은 가운데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뉴데일리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특정 세력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자본시장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셀피글로벌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이 시기 '오름에프앤비'는 김남주 전 대표로부터 아이씨코리아의 지분과 경영권을 사들여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들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셀피글로벌로 변경했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에 발맞춰 탭투페이(Tap to pay) 방식의 '셀피(Cellfie)' 서비스와 리튬 등 이차전지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잇따라 이 회사에 대한 '매수' 의견을 담은 호재성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난해 8월 유화증권은 셀피글로벌에 대해 "안정적인 캐시카우에 성장 동력까지 확보했다"고 평가하며 당시 4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셀피글로벌의 목표주가로 7000원을 제시했다. 한양증권도 같은 해 9월 "신규사업을 통한 완전한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9000원으로 한층 더 올려 잡았다. 

    호재성 정보가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급등했다. 4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가 지난해 8월25일 장중 최고가 5170원(종가 4990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4일 후인 8월29일부터 다시 4000원대로 고꾸라졌고 9월부터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721원까지 급락했다. 결국 셀피글로벌은 지난 3월 778원에서 거래정지됐다.

    시장에서는 셀피글로벌의 폭락 과정이 '무자본 M&A 세력'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과 닮았다고 보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무자본 M&A 세력은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사채시장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인수한 뒤 허위 공시와 전환사채(CB) 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주가를 부풀려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해 이득을 챙긴다"고 설명했다.
  • ▲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구조. ⓒ디자인 황유정
    ▲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구조. ⓒ디자인 황유정
    ◆"신사업 진출 남발로 주가 띄우기" 의심

    셀피글로벌의 경영권을 손에 쥔 새로운 경영진은 주식시장에서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호재성 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아이씨케이에서 셀피글로벌로 바꾸고 김정은 블랑헬스케어 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회사 인수진은 정관을 변경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기존 사업과 관련이 있는 핀테크 사업 외에 전자화폐는 물론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가상현실과 이차전지 등의 항목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호재성 신사업이 발표되자 주가도 최고점에 도달하며 출렁였다. 하지만 정작 사업 계획만 발표한 뒤 실제 사업은 진행하지 않으면서 시장에는 불신이 쌓여갔다.

    시장에서는 당시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남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과 전혀 무관한데다 자금 여력이나 운영 능력이 없는 신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운전면허증도 없는 사람이 운전사라는 직업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 ▲ 셀피글로벌 주가 차트. ⓒ디자인=황유정
    ▲ 셀피글로벌 주가 차트. ⓒ디자인=황유정
    ◆수상한 경영진 교체…결국 대부업체 '반대매매'

    셀피글로벌의 경영진 교체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오름에프앤비는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돈을 빌려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9월7일 회사를 다시 로켓인터내셔널에 넘겼다.

    로켓인터내셔널은 화장품 무역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카드 제조 또는 셀피 서비스와는 관계가 없다. 또 2021년 기준 자본금 5억 원, 자본총액 3억4천만 원에 부채가 19억 원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였다.

    하지만 오름에프앤비가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조달한 부채를 그대로 승계하는 조건으로 셀피글로벌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고 자본잠식 상태였던 로켓인터내셔널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120억 원이라는 자금을 마련해 케이엔제이인베스트에 부채를 변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셀피글로벌은 공교롭게도 로켓인터내셔널 인수 12일 만인 9월19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반대매매를 당한다. 당시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셀피글로벌의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에 못 미치자 담보권을 실행해 셀피글로벌 주식 450만주(12.24%)를 주당 평균가 2천698원에 시장에 던졌다.

    이 주식을 매입한 이들은 대다수가 소액주주들이었고 지난해 9월19일 셀피글로벌은 전일 종가 대비 -29.88% 하락한 2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정작 반대매매와 주가 하락의 1차 책임자인 경영진(로켓인터내셔널)은 본인들의 차입금 120억 원을 갚지 않아도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케이엔제이인베스트도 주가 폭락과는 무관하게 셀피글로벌에 빌려준 원금 120억 원을 손실 하나 없이 돌려받았고 이 돈을 빌려준 대가로 적잖은 이자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견후 가디언즈인베스트(주식후견인tv) 대표는 "어떤 이유로 오름에프앤비가 로켓인터내셔널에 지분을 넘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한 배를 탄 동업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액주주들만 주가 폭락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로켓인터내셔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로 수차례 방문했으나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사무실(로켓인터내셔널)이 빈 지 오래됐다"며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 "악질적 사기꾼들에게 개미들만 당해" 

    무자본 M&A세력의 수상한 움직임은 그대로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셀피글로벌은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직전까지도 2차전지 사업 진출과 애플페이 수혜주라는 공시와 보도자료를 남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결국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신사업 기대감을 안은 채 셀피글로벌에 투자를 했고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게 됐다.

    셀피글로벌 소액주주 정모씨는 "믿고 투자한 종목인데 몇몇 악질적인 사기꾼들 때문에 거래정지가 됐다"며 "가장 화가 나는 일은 당시의 경영진이 아직도 월급을 받아가고 회사의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정씨는 또 "누군가에게는 셀피글로벌에 투자한 돈이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일 수도 있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진실 규명을 통해 경영진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낱낱이 밝혀내고 응당한 죗값을 치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기업사냥꾼으로 전적이 화려하고 주식시장에서 악명이 높은 안모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무자본 M&A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셀피글로벌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이 있어 기존 경영진이 적은 지분으로도 계속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