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회 영양제 투여… 1000만원 청구여유증, 이쁜이수술 등 횡중국인들 악용사례도 속출
  • ▲ 실손보험 적용 관련 의료광고.
    ▲ 실손보험 적용 관련 의료광고.
    #1. 50대 후반 A씨는 10년전 폐경 후 최근 방광염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초음파에서 작은 크기의 자궁근종이 발견돼 하이푸 시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병원 측은 질성형 서비스 수술을 해주겠다고 적극 권하면서 실손보험 처리돼 추가 부담이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질후벽을 줄이는 질수축수술로, 일명 '이쁜이수술'로 통한다. 평소 관련 증상은 없었지만 전신마취 하는김에 서비스를 안 받을 이유가 없어 수술을 받았더니 병원비가 550만원이나 더 나왔다.

    #2. 60대 B씨는 구내염과 장염 등의 증상으로 3년간 4개 병원을 돌아가며 90회 가량 영양제를 투여받았다. 해당 병원들은 영양결핍 관련 동일 소견으로 태반주사, 콤비플렉스 주사제를 투여했다. 별다른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영양제만 반복 처방받아 병원비만 1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하지만 실손보험 처리돼 실제 들어간 병원비는 거의 없었다.


    국민 40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의료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 항목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병·의원은 돈이 되고, 환자는 비용 부담 없이 의료쇼핑처럼 이용할 수 있어 이를 겨냥한 보험사기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험을 잘 아는 설계사와 병원, 브로커가 낀 기업형 보험사기까지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백내장이나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단속하고 있지만 최근 영양제나 하이푸시술, 하지정맥류수술, 발달지연 치료 등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실손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A보험사에 따르면 실손의료비 지급이 큰 비급여 9개 항목(백내장·도수치료·자궁근종 하이푸·하지정맥류·전립선증식·발달지연·손발톱진균증·여성형유방·비급여주사제 등)의 올 상반기 손해액은 3142억96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6284억480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2018년 2558억원에서 ▲2019년 3715억원 ▲2020년 4709억원 ▲2021년 6128억원 등으로 3년새 2.5배 가량 증가해 지난해 최고점을 찍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실손보험 손해율의 주범인 백내장이나 도수치료는 지난해부터 다소 줄고 있다. 백내장은 2021년 1545억원의 손해액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 1129억원으로 소폭 준 후 올 상반기까지 8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도수치료도 2021년 1982억원의 손해액을 기록한 후 지난해 2075억원으로 최근 5년간 최고 손해액을 보였다. 올 상반기까지 1122억원의 손해를 끼쳐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지만 큰 폭의 증가세는 아니다.

    반면 영양제 등을 처방하는 비급여주사제는 지난해 1543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올 상반기까지 1074억원으로 지난해의 70%에 달하고 있다. 비급여 항목 중 실손보험 손해액의 만년 1위를 차지하는 도수치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유아의 발달지연 치료도 2018년 1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702억원으로 급증한 후 올 상반기까지 479억원의 손해액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전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유증(여성형 유방증), 전립선비대증 관련 실손보험 손해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미용 목적으로 수술을 권유하거나 수술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가는 사례들이다. 

    마찬가지로 미용 목적의 하지정맥류 수술도 올 상반기에만 100억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은 혈액 역류가 없는 외모 개선 목적의 초음파검사를 수술로 둔갑시키거나 하지정맥류에 대한 비급여비용을 일부러 높여 보험금을 과잉 청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낀 조직형 보험사기까지 발생하면서 새로운 비급여 항목의 손해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손해율이 커질수록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에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엔 외국인들마저 국내 실손보험의 맹점을 노리고 의료쇼핑에 나서고 있다. 실제 샤오홍슈,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 건강·실손·치아보험 등 '양털뽑기(하오양마오)'를 한다는 후기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하오양마오는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모바일 앱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과정을 캡처한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는 글, 보험 처리가 가능한 병원을 알리는 글도 적지 않았다. 병원 또는 병원 소속 코디네이터가 계정을 만들어 직접 홍보글을 올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실손보험 가입자의 손해율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외국인 실손보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외국인 실손보험 발생 손해액은 107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1%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실손보험 발생 손해액 증가율은 2021년 14.2%에서 2022년 9.2%로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 크게 늘고 있다.

    실손보험의 외국인 가입자 손해율은 지난해 95.8%에서 올해(1~7월 기준) 104.3%로 8.5%포인트 증가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가져가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경우 해외 조사 등 고지의무 위반여부 확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등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외국인 실손보험 가입 시 피부양자 관련 체류 요건을 강화하도록 보험사별 인수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