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오티스 수리기사 추락사… 무혐의 결론업계, 심각한 인력난에 2인 1조 규정 현실성 지적해외서도 1인 점검 대부분, 인력양성·기술집약 산업 전환 필요
  • ▲ 승강기 점검 모습. ⓒ정상윤 기자
    ▲ 승강기 점검 모습. ⓒ정상윤 기자
    경찰이 추락사고가 발생한 오티스엘리베이터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1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6월 홀로 아파트 승강기를 수리하다가 20대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주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근무 2인1조 수칙은 위반했지만,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라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 불송치 결정으로 수사를 마무리 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승강기를 수리하려고 출동한 오티스 엘리베이터 강북지역본부 소속 A씨는 작업 중 약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즉, 2인 1조 수리 규정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인 점과 고인이 작업 당시 헬멧과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현장에 진입한 점, 사망 당시 유족과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법정안전교육과 안전장비 지급이 의무화돼 있는 만큼 업체 측에 모든 사고 과실을 묻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미숙련공으로 일부 보도됐던 내용과 달리 고인은 한국승강기대학교 졸업자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발급하는 안전관리기술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4년 이상의 현장 경력을 갖춘 숙련공이었던 점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오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조익서 오티스코리아 대표는 다소 뻘쭘해졌다.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경찰 수사 결과를 뒤집기 힘들어서다. 사고에 대한 망신주기식 질타 이상은 나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승강기 수리 등 작업 시 2인 1조 점검 규정이 현실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두 명이 한 현장에 투입되면 안전은 강화되고 일자리도 2배로 늘어나니 명분상 그럴싸하나 승강기 기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업계 실정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규정 제정에 앞서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는 올해 1분기 기준 81만대가 넘는다. 1인이 평균 100대씩 관리한다고 가정할 때 8188명의 점검인력이 필요한데, 단순 계산으로 2인 점검이 시행되려면 그 두 배인 1만6376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승강기 유지관리 업계 종사자 수는 7600여명으로, 필요 인력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또 연간 평균 4만대의 승강기가 신규 설치되고 있는데 이를 관리하려면 신규 인력만 연간 800명이 추가 유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력난이 극심한 업계 사정을 고려할 때 매년 800명의 인력 유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많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승강기 점검 시 1인 점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홍콩에서만 2인의 점검인원을 규정해두고 있으며 아시아의 경우 2인 점검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승이 작은 승강기의 경우 2명이 승강로에 진입해 점검할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한 경우가 초래될 수 있다. 또 승강로 동시 점검 시 의사소통 문제에 따른 오동작 가능성도 높다.

    승강기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로 인한 비현실적인 유지 보수료나 부족한 인력 상황을 따져볼 때 2인 1조 점검은 현실상으로 힘들다”며 “원격 점검이나 보수가 가능하도록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부족한 인력 양성에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