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현대캐피탈, 현지 합작법인 설립카카오뱅크, 현지 디지털은행 지분 10% 인수하나銀 '라인뱅크', 누적 다운로드 450만 달성KB, 부코핀은행 정상화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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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세계 4위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지 은행 인수 등을 통해 이미 진출해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에 더해 최근엔 인터넷은행까지 지분투자 형식으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인도네시아는 올해 기준 인구수가 약 2억 8000만명에 달하지만,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은행계좌를 미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나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수익 창출이 한계에 다다른 은행들 입장에선 최적의 시장인 셈이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지난 10일 현대캐피탈과 여신전문회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으며, 향후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과 현지 여신전문업체 '파라미트라 멀티파이낸스'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신한은행은 세계 14개국에서 자동차금융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캐피탈과 협업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협조융자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지 합작법인에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9.9% 지분으로 참여하며, 현대캐피탈과 시나르마스 그룹이 각각 75.1%, 15% 지분을 갖게 된다.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현지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의 첫 해외 진출 사례다.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은 동남아 최대 플랫폼 기업인 '그랩'과의 협업이 동반되는 것으로, 10% 지분투자와 더불어 여수신 상품 및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그랩은 슈퍼뱅크의 최대주주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은행 계좌가 없고, 지리적으로 1만 8000여개 섬으로 구성돼 있어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은 지역이 많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률은 향후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디지털 뱅킹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카카오뱅크도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비대면 기반 은행이라는 점에서 향후 인도네시아 직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유사한 형태인 슈퍼뱅크에 지분 투자를 통해 시장 상황을 간접 경험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한편,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은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미 진출해 영업 중이다.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내 100개 넘는 점포를 보유한 중대형은행인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우리은행도 2014년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2015년 2월 우리소다라은행을 공식 출범한 바 있다.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외환은행 시절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은행은 2007년 현지 소형은행(빈탕 마눈갈 은행)을 인수해 진출했는데, 외환은행과의 합병 뒤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합해 2014년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을 출범했다.이밖에 신한은행도 2015년 현지법인 BME은행을 인수한 뒤 이듬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으로 은행명을 바꿨고, 또 다른 현지법인 CNB은행을 인수해 2016년 두 법인을 합병했다.인도네시아가 디지털뱅킹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현지 지출한 시중은행들도 여기에 맞춰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하나은행은 네이버 관계사인 글로벌 메신저 라인과 합작해 지난 2021년 6월 디지털뱅킹 서비스인 '라인뱅크'를 출범했다. 간편송금 및 비대면 계좌 개설 등 현지 MZ세대를 집중 공략해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기준 누적 다운로드 450만건을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국민은행의 경우 부코핀은행 인수 후 정상화 과정에 1조 8000억원이 투입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인도네시아 현지 디지털뱅킹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지난달 25일엔 새로운 통합 모바일 뱅킹앱인 'KB스타'를 출시하며 디지털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4개 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상반기 거둔 순익은 ▲우리소다라은행 345억원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194억 8000만원 ▲KB부코핀 84억원 ▲신한인도네시아은행 20억원 순이다.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익 창출이 한계에 다다른 금융사들 입장에선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최근 한류 문화 유행 등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앞으로도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 및 투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