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역전세 급등 겹치면서 보증사고 금액, 1년새 3배 폭증순이익, 21년 3620억원에서 22년 -1126억원…올해는 1.7조원 전망대위변제액 회수율 감소세 이어져…순손실 2조원 상회할 가능성도"서민 주거안정 위한 금융지원에 문제 발생 없도록 최선 다해야"
  •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전세사기와 역전세 급등으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HUG는 재무 악화 대응방안으로 채권 회수를 포함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경매시장 침체를 고려하면 경·공매를 통한 채권 회수 전망도 밝지 않아 보인다.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집주인 대신 HUG가 전부 떠안는 보증 체계를 손질하고 악성 임대인 제재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개인보증 사고 및 대위변제 급증 등의 영향으로 2021년 3620억원에서 2022년 11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보증사고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 해지 종료 후 한 달 안에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거나, 전세 계약 기간 중 경매나 공매가 진행돼 배당 후 전세보증금을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증사고가 터지면 HUG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뒤 구상권 청구를 통해 집주인에게 대신 갚아준 보증금을 회수한다.

    HUG는 총자산 8조7000억원 중 보증사업이 96.7%에 달할 정도로 보증사업이 회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실제 2022년 기록한 순손실 1126억원 중 보증사업 단위에서 발생한 손실이 1064억원(전체의 94.5%)이다. 부채 역시 2021년 1조7600억원에서 2022년 2조2250억원으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개인보증 사고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강대식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잘못된 부동산 정책 추진이 집값 상승의 결과를 낳았고, 졸속 임대차3법은 전세대란을 발생시켰다"며 "이러한 상황들이 전세사기의 밑거름이 됐고, 결국 개인보증사고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HUG는 5월 작성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순손실을 1조7558억원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상반기 순손실이 1조3281억원으로, 반년 만에 1년 예상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 1847억원보다 7배 폭증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위변제액을 포함한 보증영업비용이 1조366억원이나 늘어난 것이 적자폭 확대의 주요 요인이었다.
  • ▲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31019 ⓒ연합뉴스
    ▲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31019 ⓒ연합뉴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역전세와 전세사기가 확산하면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인 '대위변제'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3조1245억원(1만390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사고 금액이 1조172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보증사고 규모가 3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보증사고 급증 여파로 올 들어 8월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은 2조47억원으로, 연간 기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수율은 14.4%에 그쳤다.

    대위변제액은 느는 반면 회수율은 낮아 재정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통상 HUG가 대위변제한 전세보증금을 경·공매 등을 통해 회수하려면 2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올해 보증 사고액이 3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 상황은 내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HUG는 재무 악화시 대응방안으로 보증제도 개선, 사후관리 채권 회수 포함 리스크관리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부동산 시장 악화로 경매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대부분이 빌라여서 경매를 통한 회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회수율은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순손실이 2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유병태 HUG 사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손실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아마 전셋값이 피크였던 때가 약 2년 전이어서 지금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을 묻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공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서 자본 확충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채권 회수를 더욱 신속히 하는 방안을 여러모로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HUG 재정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보증발급 중단이라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증사고가 기업과 개인을 떠나 모두 급격하게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대위변제도 늘고 있어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지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서민 주거 안정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9·26 대책을 통해 보증 한도를 확대하고 도급순위 제한도 폐지하는 등 긴급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각종 보증 지표에서는 주택공급시장에 빨간불이 이미 들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보다 신속한 주거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만 보증발급이 가능하다. 이 한도를 넘어서면 HUG가 취급하는 모든 보증발급이 중단된다.

    이를 우려한 정부는 지난달부터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HUG의 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렸다. HUG 자본금도 올해 말까지 38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까지 7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HUG에 대한 7000억원의 현금 출자가 예정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출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