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선의 꽃’ 해저케이블 생산 동해공장 방문‘SCR-신선-연선-절연-시스-자켓팅’ 공정 한눈에대형 턴테이블 곳곳…국내외向 케이블 선적 한창마린솔루션-전선아시아와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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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장군은 명량이나 노량에서 강한 조류의 흐름을 알고 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해저케이블도 조류가 가장 힘든데, 우리의 풍부한 경험에 따른 경쟁력과 차별화된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은 물론 유럽, 미국 등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

    지난 19일 방문한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자사의 사업 전략에 대해 이같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쌓아온 고난도의 해저케이블 기술력을 앞세워 급성장 중인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가겠다는 포부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유일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설비(VCV 타워)를 비롯한 전용공장을 갖추고 있다. 바다 밑 깊은 곳에 설치돼 통신·전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단지 구축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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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완공된 동해사업장은 한국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으로, 3만4816㎡(약 1만532평) 규모에 4개 동의 생산공장으로 이뤄졌다. 처음 1공장을 시작으로 점차 시설을 확대해 현재 규모를 갖추게 됐으며 총 8555억원이 이곳에 투입됐다.

    공장에 들어서니 해저케이블이 저장된 대형 턴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턴테이블은 최대 1만t의 무게까지 감을 수 있는데, 미국으로 갈 3000t의 해저케이블을 비롯해 다양한 크기의 케이블을 실은 턴테이블이 동해공장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여상철 LS전선 동해관리공장장은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금속체 종류와 두께, 길이, 색깔까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주문 제작된 해저케이블”이라며 “자사의 고난도 기술로 얼마든지 길게 만들 수 있고, 싣고 갈 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만t까지 저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선 전기동을 녹여 케이블의 기본 도체를 만드는 ‘SCR(Southwire Contimuous Rod System)’을 시작으로 ‘신선-연선-절연-시스-자케팅’으로 이루어진 해저케이블 생산설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돌아가고 있었다.

    원자재를 지름 8mm의 구리선(나동선)으로 만들어 원하는 선경으로 가공하고, 여러 가닥의 도체를 합치는 공정을 거친 케이블에 외부 피복을 입혀 외장 작업을 마치면 케이블 생산이 완료된다. 보통 주문을 받아 생산되기까지 기간은 6개월이 소요된다.

    여상철 공장장은 “드럼에 감아 보관하는 일반 케이블과 달리 해저케이블은 무게가 대단하므로 갱웨이를 통해 길 건너 동해항에 설치된 턴테이블로 옮겨 선적하게 된다”며 “배에 싣는 작업만 보름에서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 ▲ 19일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 김형원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LS전선
    ▲ 19일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 김형원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LS전선
    이날도 턴테이블에 저장된 케이블이 공장과 공장, 동해항까지 이어지는 케이블 연결통로인 갱웨이(Gang Way)를 통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장 내 턴테이블은 케이블을 풀어주고, 항만에 설치된 턴테이블은 케이블을 감아주는 식이다.

    갱웨이를 보며 4동으로 이동해 VCV타워(수직연속압출시스템)에 올랐다. 지난 5월 아파트 63층 높이(172m)로 준공된 HVDC 해저케이블 생산설비인 VCV타워는 지름 30cm 내외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km까지 끊김 없이 연속생산하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여상철 공장장은 “케이블 원재료를 수평 상태에서 압출하려면 중력 때문에 쉽지 않다”며 “수직연속압출시스템 구현과 공정관리가 까다롭고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수직 중력방향으로 고르게 성형시켜 완성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지난 8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해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동해사업장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동해항엔 LS마린솔루션이 보유한 ‘GL2030’에는 신안 앞바다로 갈 해저케이블이 실리고 있었다.

    김동욱 LS마린솔루션 차장은 “이 배는 8000t급 선박으로 해저케이블을 4000t까지 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갖췄다”며 “케이블을 선적·포설하기 위해 밀고 당기는 작업을 하는 장비를 활용해 직경 230mm, 7.2km의 케이블을 싣고 있다. 하루 2.5~3km까지 실어 선적까지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LS마린솔루션은 최근 전남 ‘안마 해상풍력사업’ 해저케이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대만 타에베이에 영업 거점을 설립하는 등 해저 시공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만 거점 설립을 계기로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해저 시공 사업 수주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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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는 “LS전선이 모회사가 되면서 그동안 통신케이블에 제한됐던 포트폴리오가 전력케이블로 확대되면서 매출 규모 확대와 이익개선이 본격화했다”며 “GL2030이란 전력케이블 시공 선박 인수와 제주 완도 구간 전력케이블 시공 프로젝트 참여 등 성장을 통해 2030년 매출이 현재의 6배 수준인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은 LS마린솔루션 자회사 편입을 통해 LS전선아시아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 글로벌 해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사업을 담당하는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 자회사 PTSC와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해저케이블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아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는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약 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체 전력시장의 20% 이상을 해상풍력으로 한다는 뜻”이라며 “PTSC와의 협력을 통해 LS전선아시아의 2030년 주요 매출은 해저케이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아울러 아세안 시장을 넘어 유럽,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해저케이블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박 운임 비중을 낮추기 위해 현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미국 내 공장 건설 등 투자도 조만간 가시화할 예정이다.

    김형원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은 “자사가 해저케이블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유럽까지 싣고 가려면 원가의 15~20%가 운송비에 들어가게 돼 경쟁력이 약화하게 된다”며 “지역별로 생산거점을 구축해 경쟁사보다 빠른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