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희비손보사들 직격탄KB 43%↓, 삼성 30%↓, DB 37%↓, 현대 12%↓ 매물 몸값도 급전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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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제각각이던 보험사들의 실적 산출의 기준이 어느정도 통일성을 갖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험사별로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썼는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려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51억원으로, 전분기(2714억원) 대비 4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는 3조1903억원에서 3조1554억원으로 1.1% 줄었음에도 1000억원 이상 순익이 줄어든 것이다.
오히려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3분기 비율은 193.9%로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손해율은 81.6%에서 81.7%로 0.1%포인트(p) 줄었다.KB손보 관계자는 "장기·자동차 보험의 손해율 개선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손익 창출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장기보험에서 발생한 실손보험 가이드라인 반영에 따른 손상 금액은 700억대로 이를 제외 시 보험손익은 전분기 대비 500억 가량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보험사의 주된 영업활동인 보험손익은 늘었지만 실손보험 가이드라인 반영으로 한 분기만에 큰 실적 하락을 겪은 셈이다. KB금융지주 내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988억원에서 604억원으로 38.9% 줄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라이프의 3분기 당기순익은 115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4.8% 감소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올해 처음 도입된 IFRS17 영향이 크다. IFRS17은 회계상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하는 게 골자인데, 올해 초 해지율·손해율 등에 대한 계리적 가정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취할 수 있어 계약서비스마진(CSM) 관련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발표 후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통일하는 가이드라인을 3분기부터 적용할 것을 지침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CSM 수익 인식 기준 ▲변동수수료접근법(VFA)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위험조정(RA) 산출 등의 세부 기준이 포함됐다. 특히 실손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손보사들의 영향이 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한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화재의 3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4205억원으로, 전분기 6040억원 대비 30.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DB손보의 3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4730억원보다 37.3% 적은 2964억원, 현대해상의 3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2440억원보다 11.9% 감소한 2149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보, MG손보, ABL생명 등의 몸값이 재평가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번 3분기 실적이 '옥석가리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계리적가정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보험사마다 실적 변동폭에 차이가 발생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비슷한 계리적가정을 적용한 일부 보험사는 실적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국 역시 이를 의식한 듯 IFRS17 계리적 가정과 관련해 일시에 반영하는 '전진법'으로 기준을 정했지만 이 제도 시행 첫해인 점을 고려해 과거 재무제표에 소급 적용해도 연말까지 공시강화 등을 조건으로 검사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보험사별로 유불리를 따져 전진법과 소급법을 적용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되는 3분기 실적이 실제 보험사의 체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장기적인 실적을 내포하는 IFRS17 도입 취지를 따져보면 최소 몇년은 지나봐야 정확한 가정을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