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사냥꾼'이 셀피글로벌 작전 진두지휘"내부 분열로 작전 실패하자 회삿돈 횡령해 종적 감춰회계 처리 문제로 감사의견 거절…소액투자자들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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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황유정
    외부감사인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 처분이 내려진 셀피글로벌의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사냥꾼들이 거래정지 직전 회사자금을 빼돌려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내부 분열로 '작전 타깃'이었던 셀피글로벌의 주가 부양에 실패하자 회삿돈을 횡령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셀피글로벌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A씨 일당이 지난 2022년 우회적으로 셀피글로벌 경영권을 손에 넣은 뒤 작전을 주도했다.

    A씨는 과거에도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자신의 측근들을 회사 요직에 앉힌 뒤 작전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피글로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A씨가 외부 사채 자금을 끌어와 바지사장을 앉힌 뒤 배후에서 작전을 이끌었다"며 "회삿돈을 횡령한 뒤 거래정지 직전에 잠적한 상태로 주변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A씨 배후에는 폭력조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시도했던 인사들과 내부 분열이 발생하면서 작전이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셀피글로벌을 무자본 인수한 후 주가를 부양하려다 실패하자 회삿돈을 빼돌려 잠적했다는 얘기로 이들의 농간에 한 때 건실했던 유망기업은 존폐 위기에 내몰렸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셀피글로벌 내부 관계자는 "당초 사채를 끌어와 셀피글로벌을 인수했던 A씨는 급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종적을 감춘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회삿돈 횡령은 결국 셀피글로벌이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 처분을 받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회사자금 운용상 부적절한 회계 처리를 파악한 회계감사 법인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셀피글로벌의 외부회계감사법인 관계자는 "정확한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밝힐 수는 없다"며 "특수관계자의 범위 및 거래 파악에 대한 회사의 정책결정과 관련한 통제가 미비함을 발견해 감사의견을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회계 전문가는 "감사의견이 거절됐다는 것은 회사자금 횡령 등으로 수치가 맞지 않는 재무정보가 전달됐거나 일부 자금 흐름이 보고서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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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피글로벌 내부 관계자는 "무자본 M&A 세력의 주가 부양 목표치는 최소 2~3배 이상"이라며 "인수 당시 4000원대 초반이었던 셀피글로벌의 경우 8000~9000원대, 혹은 그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 공시로 주가부양 시도…실패하자 회삿돈 횡령

    지난해 8월 셀피글로벌을 인수한 무자본 M&A 세력은 갑자기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공시를 냈다.

    2차전지가 주식시장에서 핫한 재료로 인식된 시기였던 만큼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같은 달 25일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며 장중 5170원까지 치고 올랐다.

    하지만 관련 사업을 영위한 적도,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었던 셀피글로벌은 이내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며 같은 달 29일 다시 4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내달려 700원대까지 추락했고 결국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셀피글로벌은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 만든 자회사 '플러스메터리얼즈'에 40억 원의 뭉칫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 자금 가운데 15억 원가량의 돈은 엉뚱하게도 2차전지 사업을 위한 투자금이 아니라 웹툰 회사인 B사 등에 투자금 명목으로 투입됐다.

    2차전지 사업을 위한 자금이 사업적으로 전혀 무관한 웹툰 업체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결국 이 회사로 투입됐던 자금은 이후 외부감사를 받기 직전 일부만 셀피글로벌로 회수가 되고 나머지 자금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B사 측에 셀피글로벌과의 관계와 구체적인 투자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거부했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무자본 M&A 세력들은 크게 세 부류로 역할이 분담된다"며 "▲타깃 회사에 대한 인수자금을 대는 '전주(錢主)'와 ▲무자본 M&A를 실제 설계하는 '선수' ▲선수의 지시를 받아 회사의 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리는 '바지사장'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A씨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선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작전에 실패하자 향후 발생할 법적 문제 등을 피해 종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