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에 미 국채금리 진정세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더해져 증시 상승랠리 전망숏커버링→반도체로 수급 확산 기대…중장기적 외국인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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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전망에 더해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산타랠리(연말 증시 상승)'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66%(134.03포인트) 상승한 2502.37에, 코스닥은 7.34%(57.40포인트) 급등한 839.4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의 하루 상승폭 134포인트는 역대 최대 기록이고, 상승률로는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크다.

    다만 전일 상승 폭이 가팔랐던 만큼 7일 오전 9시 47분 현재 코스피는 1.7%대 하락하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고 있다. 코스닥은 약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일 증시가 폭등한 건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날부터 오는 2024년 6월 말까지 코스피200, 코스닥 150 등 총 350개 종목을 포함한 유가증권과 코스닥, 코넥스 시장 전 종목에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의결했다.

    모처럼만의 지수 급등이 연출된 가운데 증권가에선 연말 상승랠리를 높게 점치고 있다.

    우선 그간 증시 발목을 잡던 금리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걷혔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2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한데 이어 영국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5%대를 넘보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금리인상 종료 전망에 4.6%대까지 떨어졌고, 장기 국채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시장엔 증시 상승세가 기대됐다.

    실제 코스피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6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말 강세장을 점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가 펀드매니저 2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연말 산타랠리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장기 국채금리가 안정된다면 연말까지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특히 최근 하락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을 느끼며 막판 증시에 뛰어들어 연말 상승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정책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시장의 연말랠리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상반기 증시 랠리를 이끈 2차전지 관련주의 숏커버링(공매도 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매입) 효과로 단기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매도 금지조치 시행 첫날인 지난 7일 그간 공매도 주요 타깃으로 꼽히던 에코프로비엠(30.00%), 에코프로(29.98%), 포스코홀딩스(19.18%), 포스코퓨처엠(29.93%), 포스코DX(26.06%) 등 2차전지 종목들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우리나라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증시는 하락 압력에도 하방이 지지되면서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상승 과정에서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미국의 금리 동결 결정 이후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 등이 하락해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고, 지표나 이익은 느리지만 개선되는 중"이라며 "제도적인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번 공매도 금지는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2차전지에 쏠린 수급이 다시 업종별 실적과 기업가치 등에 주목하며 그간 상대적으로 눌려있던 반도체업종 위주로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 물량 및 글로벌 대외 변수 안정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은 진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벤트 통과 이후 시장의 이목은 펀더멘털 개선과 밸류에이션 메리트에 주목하며 시장의 투자심리와 수급도 이를 기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실적 기대감과 고금리 환경에서 유리한 대형 반도체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론 주가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공매도 금지 이후에 대한 영향을 비춰볼 때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공매도의 주요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지목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공매도의 숏커버링 흔적보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공세적인 주식 매수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려워진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 시장의 투명성 저해라는 관점에서 MSCI 선진국 편입 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기존 공매도 잔고는 연초 이후에 이미 많이 쌓인 상황이기에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2∼3주 정도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