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선전에 수출 13개월 만 플러스 전환""고금리 기조에 상품 소비는 부진"9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낮출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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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의 정세불안으로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기 진단이 나왔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며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놓은 11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오는 9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경제전망에 고금리 기조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반영되면서 기존 1.5%로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KDI가 경기 부진이 완화됐다고 판단한 근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9월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2.8% 늘었다. 전달 기록인 1.3%보다 1.5%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광공업 생산은 3% 증가했는데, 이 중 반도체가 전달 8.4%에서 23.7%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철강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1차금속 생산도 전달 마이너스(-) 1.8%에서 9월 12.5%로 반등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2.2% 늘었다. 이 중 숙박 및 음식점업은 2.4%, 운수 및 창고업이 2.2%를 나타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2%으로 나타났다. 전달 73.4%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전달 124.3%에서 9월 113.9%로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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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10월 수출은 5.1%로 전달 -4.4%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13개월 만에 수출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자동차 수출이 전달 9.5%에서 10월 19.8%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는 전달 -13.6%에서 10월 -3.1%로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됐다.

    국가별로는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8.5%에서 17.3%로 대폭 증가했다. 대(對)중국 수출은 전달 -17.6%에서 10월 –9.5%로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감소 폭이 줄었다.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로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 완화에도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 영향에 따른 국내 금리 상승은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이에 따라 11월 제조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수출 부진이 완화함에도 71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비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10월 77에서 11월 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비스 소비의 경우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고금리 기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상품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

    소매판매는 전달 -4.7%에서 9월 -1.9%로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이는 지난해 소비가 많이 위축된 기저효과 때문이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0.2%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여파가 지속된 데다 전기차 보조금 인상을 기대하고 구매 시기를 늦추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승용차 판매는 1.1%에서 -0.9%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 99.7에서 98.1로 하락하는 등 소비 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 부진 완화에도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반도체 신규 투자 수요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9월 설비투자는 -5.7%로 전달 -14.6%에 이어 여전히 부진했다.

    9월 건설기성(불변)은 14.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13.6%)와 주택착공(-63.6%)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향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9월 취업자 수는 건설업의 고용이 증가함에 따라 전달(26만8000명)보다 증가 폭이 확대돼 30만9000명을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전달 3.7%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이 반영되며 석유류 하락 폭이 전달 -4.9%에서 10월 -1.3%로 축소됐고, 기상여건 악화로 농산물도 13.5%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달 3.3%에서 10월 3.2%로 소폭 축소되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세는 완만한 속도로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KDI는 "지난달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국제유가에 대한 영향이 아직 가시적이지 않으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국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내수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