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부정적 하향막대한 재정적자 우려…정치적 불확실성 불안 요인韓 여야 잇따른 선심성 정책…신용 위기 가중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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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년 4월 총선의 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한국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무디스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커졌고, 국가 고유의 신용 강점이 더는 이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려는 효과적인 재정 정책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재정적자가 막대한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채무 능력을 유의미하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정치적 불확실성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무디스는 "의회 내 정치 양극화가 이어지면서 채무 능력 약화를 늦추려는 행정부의 재정 계획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앞서 함께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 꼽히는 피치도 지난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바 있다.당시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지배구조 악화 등을 반영했다"라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 2011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AAA→AA+) 이후 12년 만이었다.시장에선 이와 더불어 한국의 신용 전망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처럼 정부와 야당이 줄곧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가로막는 포퓰리즘 정책 공약을 내놓을 경우 한국도 신용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실제 정부는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철회도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일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등의 사용을 금지한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환경 보호에 역행한다는 문제 제기를 받는다.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도 내년 총선 표를 의식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금융당국은 그간 공매도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견해를 유지했지만, 개인 투자자를 의식해 기존 입장을 쉽게 뒤집었다는 비판이다.정부뿐 아니라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경영계는 줄곧 노란봉투법이 정당한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쟁의행위마저도 면책해 주는 '불법파업 조장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또한 노란봉투법 처리에 난색을 했으나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며 노조법 개정 공포 및 시행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 갈등을 넘은 노정 간 대립 심화로 인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이 재차 대폭 증액을 주장하는 것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나랏빚이 1100조원에 육박한 상태에서 예산을 더 풀 경우 심각한 재정난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피치는 지난달 올해 한국의 하반기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인 'AA-'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으나, 국가부채의 빠른 증가 등을 이유로 신용 등급 전망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측은 "추경호 부총리가 주요 국제신용평가사를 만나 재정정책을 포함해 우리 정부의 경제 분야 위기관리와 구조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피치 등과 수시로 소통해 대외신인도 유지·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