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결합의 경우, 수요 적은 상품 '끼워팔기'도 심사기준에 추가디지털 기업결합 심사, 기존 심사기준 적용 어려워애매했던 시장획정·경쟁제한우려 기준 마련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새 심사기준을 들고 나왔다.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에 대해서도 서비스 품질 감소를 기준으로 시장 영향력을 평가하고,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끼워팔기'도 심사기준에 포함한다.

    공정위는 14일 디지털 경제의 각종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현대화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다음 달 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자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어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며,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기업결합으로 인해 수요를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효과'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실무에서는 고려되고 있지만, 심사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시장획정 △경쟁제한성 우려 △효율성 증대효과 △간이심사 대상 정비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기업결합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획정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기준으로는 시장획정을 하는 것 이 애매해진 상황이다.

    통상 시장획정은 가격변화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A서비스 가격이 인상돼 B서비스로 수요 대체가 이뤄진다면 A와 B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금전을 받지 않고 광고시청 등으로 대가를 받는 무료 서비스 사업자들의 경우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

    개정안은 이런 상황에서는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 감소 등에 따른 수요대체를 확인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음식주문거래를 중개하는 배달플랫폼의 경우 소비자 시장과 음식점 시장을 별도로 획정하지 않고 하나의 배달플랫폼 시장으로 획정하는 '다면시장' 개념을 포함하기로 했다.
  • ▲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연합뉴스
    ▲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연합뉴스
    시장지배력 등 경쟁제한성 우려에 대해 평가할 때는 '네트워크 효과'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디지털 서비스의 기업결합은 서비스의 이용자 수나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 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지배력이 커지면서 결합기업이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생긴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예로 들면 카카오톡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옆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가입하고 싶은 것이 네트워크 효과"라며 "과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도 데이터 집중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를 분석했었는데,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가 집중되며 시장지배력이 강화돼 시장경쟁이 제한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배달플랫폼 시장점유율이 1, 2위인 사업자로, 두 기업이 결합했을 때는 소비자 선호 음식, 배달선호 시간대 등의 데이터가 결합돼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고객을 추가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며 "결국 기업결합에 따른 데이터 집중이 추가적인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종이 결합하는 혼합결합의 경우, 결합 기업이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A상품과 그렇지 않은 B상품을 끼워파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심사기준에 포함했다. 

    이밖에 개정안은 기업결합 간이심사 대상을 정비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여러 조건을 달았다. 현재 간이심사 대상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기업결합을 대상으로 한다.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300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일반심사 대상이 된다.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와 관계없는 다른 업종을 인수할 경우 인수 대상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 명 이상에게 상품 및 서비스 공급하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로 3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일반심사 대상이 되도록 했다.

    공정위는 "해당 개정안이 확정되면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업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 및 강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이 보다 잘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업결합을 하려는 기업들의 심사에 대한 예측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