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3분기 실적부터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보수적 가이드라인 적용한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추월DB·현대·롯데손보 수천억 적자 나눠 인식
  • ▲ 올해 대형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금융감독원
    ▲ 올해 대형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계리적 가이드라인이 올해 3분기 실적부터 반영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진짜 성적표'가 공개됐다. 다만 DB손보·현대해상·롯데손보 등 일부 보험사는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급법'을 적용한 곳도 있다.

    다만 계약서비스마진(CSM) 개선세에도 계리적 가정 변경 손상금액이 일시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순익 감소를 면치 못한 일부 보험사는 당국의 일방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로 업체별 유불리가 갈린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4295억원으로 직전 분기(6032억원) 대비 1737억원(28.8%)이나 줄었다. 1분기 6133억원에 비해서도 1838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3분기부터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일시적 보험손익 감소 영향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올해 도입된 IFRS17의 손해율·유지율 등 계리적 가정값이 낙관적인 보험사들이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화재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영향을 일시에 반영하는 '전진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 분기만에 2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진법을 택한 KB손보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2757억원) 대비 43.5%(1198억원) 감소한 수치다. KB손보의 계리적 가정 변경 손상금액은 5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5017억원으로 직전 분기(4326억원) 대비 690억원 증가해 분기 순익면에서 손보사 1위에 올랐다. 오히려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이익이 더 증가한 것이다.

    이는 가이드라인보다 더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CSM이 약 6000억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과 예실차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세전이익만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순익 감소가 큰 DB손보·현대해상·롯데손보는 전진법이 아닌 소급법을 적용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계리적 가정값을 바꾸면서 CSM과 함께 순익이 줄기 때문에 당국은 올해에 한정해 소급법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DB손보의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4191억원으로 직전 분기(4775억원) 대비 584억원(12.2%) 감소했다. 다만 DB손보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전진법 적용시 1조1158억원이지만 소급법 적용시 1조3962억원으로 2804억원의 격차가 난다.

    소급법을 통해 지난해 전체와 올해 1·2분기 등 이미 작성된 재무제표도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그 결과 3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비교적 적게 감소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대해상은 3분기에 2분기(1879억원)보다 733억원 많은 261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현대해상 역시 전진법 적용시 3분기 누적 4509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급법을 통해 6626억원을 기록했다. 2117억원의 격차가 난다.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도 3분기에 1816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 KB손보에 앞섰다. 2분기(249억원)의 7.3배에 달하는 수치로 분기 최대 실적이다. 다만 롯데손보의 전진법 적용시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57억원 적자였던 것으로 공시했다. 소급법을 적용해 3분기까지 2629억원의 흑자를 본 것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업체별 유불리가 갈리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써서 오히려 예실차가 큰 보험사는 순익이 늘고 정확한 가정을 한 곳은 실적 감소를 겪고 있다"면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나눠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늘어난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