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널리즘 미래' 토론회 열려생성형 AI의 진화로 레거시 언론·미디어 업계 대전환의 시대 맞아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 필요"전통 언론사 및 미디어, AI 시대 변화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
인공지능(AI)이 언론과 미디어 업계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자와 AI 앵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 플랫폼의 재정의와 혁신,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펼쳐졌다.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본관에서 '인공지능 저널리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토론에 앞서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지난해 AI의 등장은 업계의 확장과 발전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위기감을 불러왔다. 앞으로 AI가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가게 할 것인가에 관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기술발전 시대에 기자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을 내년께 준비하고 있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더 심도 깊은 업계의 이야기를 듣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은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학교수는 인공지능 기자시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MBN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재직 당시인 2020년 11월 김주하 AI 앵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최은수 석학교수는 "이미 스포츠, 증권, 날씨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자 및 앵커가 실제 뉴스에 활용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AI 기자에게 기사를 작성시키는 로봇 기자 AI 저널리즘 훈련에 앞장서고 있다"며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뉴스 앱인 '진르터우탸오'는 내부 기자나 편집자 없이 AI로봇 기자와 1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들이 하루에만 60만 개가 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구독자 수는 7억 명, 하루 이용자 수는 1억2000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진르터우탸오'의 성공 비결은 AI 기술력이다. 독자의 관심사를 분석한 뒤 앱을 연결하면 각 개인에 최적화 된 콘텐츠와 뉴스,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다.최 교수는 "신문이나 TV 대신 모바일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콘텐츠를 보고, 누구나 소셜미디어에 계정만 만들면 기자가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미디어 대전환의 시대가 열렸다"며 "뉴스의 고객도 달라지고 있다. MZ세대는 뉴스 대신 숏폼 동영상을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만 찾아본다. KBS, MBC,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레거시 언론사들은 삼프로TV, 한문철TV, 정선근TV, 슈카월드, 릭 실즈 골프와 같은 비언론사와 구독자 수 경쟁을 벌이고 있고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달라진 고객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뉴스를 만들어 낼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통 미디어의 반성과 변화,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그는 한 때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뉴욕타임스(NYT)의 사례를 들었다. NYT는 2000년대 초 온라인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광고와 구독자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작업을 통해 10년 만인 2011년, 온라인 구독자 수 850만 명, 종이 구독자 수 74만 명, 연매출 2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디지털 언론사로 우뚝 일어섰다. 이 과정에서 기자 70%를 해고하고, 디지털 인력으로 대체했다.최은수 교수는 "NYT를 되살려낸 것은 웹 디자이너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등 디지털 기술 인력이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온라인에 특화된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낸 덕분"이라며 "NYT는 디지털 전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엑설런트 저널리즘, 퀄리티 저널리즘'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언론도 AI를 필두로 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저널리즘과 관련 윤리 및 법제 마련의 시급성에 대해 얘기했다.김창룡 교수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뉴스 생산이 자동화 되고, 콘텐츠가 다양해졌으며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반면 뉴스의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 가짜 뉴스의 논란 확산, 저작권 침해 논란 심화,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뉴스 기사와 영상, 번역 등에 생성형 AI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관련 윤리 강령이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AP통신이 지난 8월 AI 저널리즘과 관련한 윤리강령을 공표한 것 외엔 전무한 실정"이라며 "법의 규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자율 기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타율적인 간섭과 징계를 받기 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이어 "최근 언론단체가 정부, 기업, 언론이 참여한 생성형 AI 관련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AI를 활용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발 빠르게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해당 내용이 향후 법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오태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생성형 AI 유형과 실제에 대해 발표했다.오태연 교수는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판별형 AI의 시대였다. 인풋을 넣으면 이를 토대로 AI가 예측 가능한 아웃풋을 내놓는 형태였다면, 생성형AI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풋을 넣었을 때 새로운 것을 창조한 아웃풋을 내놓고 있다"며 "판별형AI가 과학자, 공학 중심의 AI였다면, 생성형AI는 누구나 AI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오 교수는 "어떤 기술의 발전이 특이점을 만나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시대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된다"며 "AI 기술은 이제 인간의 분석 능력과 사고 능력과 견주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충분히 고도화된 상태로, 이미 기술 특이점(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해 인간의 이해와 통제를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챗GPT 초창기 버전이 공개된 올 2~3월만 해도, 프롬프트(입력값)를 구체적이고 자세히 넣었어야 했지만 이제는 간결한 프롬프트를 넣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그만큼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생성형 AI는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미래는 AI와 같은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함께 협력해 진실을 추구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고 조언했다.마지막으로 그는 "AI는 훌륭한 도구를 넘어, 훌륭한 비서가 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걱정하지만,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모든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로 무대에 오른 이승룡 MBC 선임기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기자의 업무를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됐고, 영상편집, 그래픽 편집까지도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편집과 검수할 인력만 있으면 기자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AI가 편집하고 생성한 기사나 영상을 방송한다면, 영상 기자들의 역량과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다만,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의 바탕이 된 데이터는 기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들이다. 이와 관련한 저작권 문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남아있다"는 의견을 전했다.이어 "새로운 기술이 시작되고 나면 이후 통제하거나 제어하기는 어렵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경우, 일반 매체나 방송국에 비해 규제나 심사 가이드라인이 없다. AI 기술이 본격화하기 전에 관련한 법규나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계, 협회, 정부 등이 나서서 전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준비해야할 때"라고 밝혔다.이 세미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서울과기대, 한국전파진흥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가 공동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