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필수시설인 작은도서관 개관 일방지연임차인, 전체 3분의 2이상…LH, 입주민 갑질도 수수방관 500가구 주택건설기준 필수항목이지만 운영시기 미명시
  • ▲ 감일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 감일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분양주택과 임대세대간 구분을 없애 사회계층간 주거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던 혼합주택단지(소셜믹스)가 오히려 입주민과 임차인간 갈등을 넘어 '갑질'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사업시행자이자 임차인 주거안정을 보장해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를 인지하고도 2년째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제보자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 소재 '감일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는 필수 커뮤니티시설인 '작은도서관'을 개관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결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개관승인을 미루고 있는 탓이다.  

    감일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는 분양 210가구·임차 474가구로 구성된 소셜믹스단지로 임차인이 전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 막혀 작은도서관을 1년째 열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단지내 시설을 설치·운영하기 위해선 입주민이 구성한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이 모인 '임차인대표회의' 2곳 모두에서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지난 9일 직접 방문한 단지내 작은도서관은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열 수 있을 정도로 도서와 책걸상이 다 마련돼 있었다. 

    단지에서 만난 한 임차인은 "현재도 주민들이 책을 기부하고 있다"며 "이렇게 잘 꾸며놨는데 문을 닫고 있어야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 ▲ 작은도서관 내부 설비. 사진=정영록 기자
    ▲ 작은도서관 내부 설비. 사진=정영록 기자
    사건의 시작은 '임차인대표회의'에서 LH가 매년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작은도서관 활성화 대상단지선정 공모전'에 신청서를 낸 2022년 3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사업은 단지내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공간리모델링 △작은도서관 매니저인력 △프로그램비용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임차인 대표, 작은도서관 관장 등 운영위원 및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신청할 수 있다.

    이에 감일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임차인대표회의는 관련 협조문을 관리소장에게 전달한뒤 지원금공모 신청서를 접수했고 관리소장도 입주자대표회의에 신청사실 및 협조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그해 4월 임차인대표회의는 LH로부터 공모전 대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확인을 요청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도 작은도서관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5월 입주자대표회의 1기구성원 4명이 전원 사퇴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를 두고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작은도서관 관련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조직적 사퇴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공석기간동안 임차인대표회의는 작은도서관 운영위원회를 모집했고 도서관에서 근무할 매니저도 뽑았다.

    6월에는 LH로부터 받은 도서구입비 1000만원과 책걸상 등 비품구입비 650만원, 주민기부 등으로 내부시설 조성을 완료했고 도서관 이름을 공모해 7월초 '꿈자람(꿈이 자라는 도서관)'이라는 명판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7월말 돌연 LH와 관리사무소로부터 민원이 접수돼 개관을 중단하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도서관 개관에 제동을 건 것이다.
  • ▲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준공도면. ⓒ제보자 제공
    ▲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준공도면. ⓒ제보자 제공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작은도서관 개관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알려진다.

    첫번째는 도서관 신청면적이 원래 50㎡였지만 175㎡로 설정돼 있어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도면이나 설계예정 등이 명확한데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런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하남시청 관계자는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축물대장에는 커뮤니티시설 전체에 대한 면적만 나와있지 각 실별 면적은 나와있지 않다"며 "50㎡와 175㎡ 사이 논란이 있는 부분은 초기 아파트 현황판에 오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현황판에 나와있는 준공도면을 보면 작은도서관 면적은 175㎡다.

    한 대형건설A사 관계자는 "공사중에는 커뮤니티시설 관련 변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면적은 정해져 있지만 실별면적은 확정적이지 않다"며 "다만 준공도면상 면적은 공사가 최종적으로 완료된 건물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공용으로 사용할 도서관을 입주자들 몰래 임차인대표회의에서 신청했다는 것이다.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도서관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설확정된 도서관에 대한 지원금을 신청한 것"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 쪽에서 주민동요를 위해 이같이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시설지원금을 신청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의2 3항을 보면 500가구이상 주택단지는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개관시기나 운영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명시된 것이 없어 이같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입주민간 협의외에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하남시청 관계자는 "시에서 작은도서관 개관과 관련해 관리감독할 법적의무는 없다"며 "단지쪽에서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기 때문에 시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은 적은 있지만 결국 입주민들의 협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 ▲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마지막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장하고 있는 반대사유는 '돌봄센터 운영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도서관을 개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이에 대해 "언제부터 계획하고 준비했는지 확인조자 되지 않았고 계획자료도 전혀 제출되지 않은 것을 시 주택과를 통해 확인했다"며 "도서관 공간 외에도 커뮤니티시설 1층에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굳이 도서관 면적을 쪼개 돌봄센터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단지 커뮤니티센터내에는 작은도서관을 협소하게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공실이 충분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작은도서관 관련 협의를 원하는 임차인대표회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3월부터는 작은도서관 개관안이 회의안건에 아예 상정되지 않고 있다는 게 임차인대표회의 주장이다.

    심지어 지난 10월말 헬스장 운영관련 회의로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가 만났을 땐 '11월내로 작은도서관 미팅을 진행할테니 이번 회의에서는 논의하지 마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달 두 단체간 작은도서관 관련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됐다.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협의를 요구하면 집주인인 LH와 얘기하라며 일종의 계층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똑같이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의결권은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차인대표회의는 사업시행자인 LH의 소극행정이 갈등을 더 키웠다고 토로했다. LH가 제대로 중재역할을 했으면 상황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이다.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LH가 임대사업자로서 분양 입주민과 임대 입주민간 대화를 적절히 주선했으면 이 정도로 갈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국민권익위원회, 하남시청 모두 검토하겠다는 말과 입주민들끼리 협의하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 ▲ 작은도서관 개관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내에 걸려 있다. 사진=정영록 기자
    ▲ 작은도서관 개관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내에 걸려 있다. 사진=정영록 기자
    LH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 양측에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중재할 수 있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 입주민들은 작은도서관 개관을 원하고 있고 분양 입주민들은 해당 시설을 '아이돌봄센터'로 변경하길 원하고 있다"며 "시설에 대한 용도변경은 LH의 동의를 얻어 시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프로세스는 임대사업자인 LH가 분양 입주민들에게 용도변경 등을 동의를 해주는 식"이라며 "그렇다고 임대 입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이 반대하면 분양 입주민들에게 동의를 해줄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