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확보 및 최첨단 공정 개발 기대담3나노 양산 TSMC 제친 삼성… 점유율 확대 속도ASML, '하이 NA' 개발… 2나노 최대 승부처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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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과 R&D(연구·개발)센터 구축을 위해 손을 잡기로 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를 추격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ASML은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극자외선)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장비기업인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V는 반도체 초미세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 반도체 생산 과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노광 공정은 빛을 이용해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칩을 좀 더 작게 만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데 EUV 장비 없이는 현재 기술력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는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을 목표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시켜왔지만 EUV 도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EUV 장비는 1대당 최소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에다 생산량도 한정 돼 있어 반도체 업체들 장비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이재용 회장이 장비 확보를 위해 동부서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과 2022년 6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ASML을 찾았다. 

    특히 이 회장과 ASML의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사면 복권된 후 첫 행전지로 ASML 본사를 방문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개인사까지 공유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기 위해 지난  2012년에 ASML 지분 3.0%(1259만 5575주)를 3630억원에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3분기에도 ASML 주식의 절반가량인 1.4%를 처분한데 이어 올해 추가로 매각하며 지분율은 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는 EUV 장비 확보는 물론 최첨단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를 향한 삼성전자의 추격전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지난 1분기 기준 59%의 점유율로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13%) ▲글로벌 파운드리(7%) ▲UMC(6%) ▲SMIC(5%) 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보다 앞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GAA(게이트올어라운드) 신기술을 적용했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1면을 늘려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의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GAA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는 5나노 제품보다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여기에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처리속도)은 약 30% 향상시킬 수 있다.

    TSMC는 3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에서도 속도를 내며 1위 자리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다. TSMC는 올해 2나노 시범생산 돌입에 이어 2026년에는 1나노 공장을 착공해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차세대 2나노 공정도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대만과 한국을 비롯해 미국(인텔), 일본(라피더스) 등이 개발에 뛰어 들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높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ASML은 2나노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필요한 차세대 EUV '하이 NA(High NA)'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고성능 렌즈를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더욱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게 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2나노 기술 확보가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여 ASML은 올해 초 '화성 신 캠퍼스' 건설을 시작했다"며 "향후에도 ASML은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