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의부터 삐걱중계기관 선정 갈등내년 10월 시행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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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속도에 탄력이 붙던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 제동이 걸렸다. 의약계가 전산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고 있어서다.

    대한의사협회 등 4개 의약계 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계기관' 선정 등을 놓고 갈등을 표출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TF'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0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첫 실무자 모임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원활한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가 요청하면 병원 등 요양기관에서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TF 산하에는 3개의 기능별 워킹그룹(▲규정개정 ▲전산시스템 구축 ▲전산시스템 배포)을 구성해 실무사항을 추진하고 주요 논의·결정 필요사항을 TF에 보고하게 된다. 금융위 주관하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업계, 의료계 등 실무자들로 구성했다.

    다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로 이뤄진 4개 의약계 단체는 이날 TF 회의에 불참하고 앞으로도 금융위의 TF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으면 TF 참여를 무기한 보류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약계는 실손청구 전산화 TF가 당초 정부·의약계·보험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법 개정 이후 전산화를 위해 논의하는 협의체로 계획됐으나 금융위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사전 보도자료로 작성하는 등 독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의약계에 따르면 협의되지 않은 사전 보도자료에는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 문제가 있어 보험개발원이 컨설팅을 수행하고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항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법 개정 전부터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계기관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보험업계는 본래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제시했으나 비급여 항목 통제를 우려한 의료계는 핀테크 업체 등 민간업체를 제시했다.

    이에 보험개발원 등이 대안으로 나왔지만 의료계는 개발원 또한 보험사와 친밀한 유관기관이라는 점과 환자 의료정보 악용 우려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선결돼야 할 중계기관 선정이 미뤄지면 내년 시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법안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병원의 경우 내년 10월 25일부터, 의원과 약국은 2025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업권 간 이해관계 때문에 소비자 편익을 위한 제도 시행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14년간의 오랜 다툼 끝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겨우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서 "소비자 편익를 위해 하루빨리 정부 및 보험업계, 의료계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