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2월 가계대출 2.6조 증가 … 주담대 급증 영향토허제 해제에 주담대 수요 몰려 … 서울 부동산 가격 꿈틀가산금리 낮춘 은행권 노심초사 … 대출 총량 관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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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도 살려야 하고(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서민·자영업자의 금융부담도 완화시켜야 하고(대출금리 인하) 가계부채도 줄여야 한다(대출 축소)! 이것을 한꺼번에 하는 게 가능할까.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은행권이 "복장 터진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집값이 뛸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산금리 인하 압박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겹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고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뛸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엇박자에 부동산과 가계대출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2772억원으로 전월(1월) 말 대비 2조6183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에는 잔액이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부동산 대출 영향이 컸다. 주담대가 지난 4개월간 1조원대 증가폭을 유지한 것과 달리 지난 2월은 2조6929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전세대출 잔액도 6349억원이나 불어났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가 초기화되면서 가계대출 문턱이 낮아졌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를 독려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출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가 억눌렸던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월 강남권 토허제 해제 가능성을 내비치고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단지 291곳을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후 집값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의 2월 넷째 주 주간 집값 상승 폭은 0.36%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넷째 주(0.37%) 이후 반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토허제 해제와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돼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가격 상승을 대비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일부 지역에서 보이고 있는 점도 주택담보대출을 끌어올리고 연내 집값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당국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앞다퉈 가산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달 28일 5년 고정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오는 5일부터는 신용대출 금리도 0.2%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번주 가계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 가량 낮출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3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0.08%포인트 낮췄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은행권에 금리인하를 유도한 여파다.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내리면서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난관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1%대로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 등 사실상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는 내리면서 가계대출 총량은 관리하라는 엇박자 정책을 펴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대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금리인하뿐만 아니라 오는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 전에도 대출을 빨리받는 게 유리하단 인식이 퍼져있어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