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글로벌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 전격 인수대형마트 신선식품 공략해온 쿠팡, 다음 목적지는 백화점글로벌 명품에 로켓배송 더해 국내 소비자 공략할 듯
  • ▲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쿠팡
    ▲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쿠팡
    “대형마트 공략 이후 백화점 시장을 겨냥했다.”

    쿠팡이 글로벌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 것을 두고 유통업계에서 나오는 평가다. 지금까지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성장해왔던 쿠팡이 ‘명품’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들었다. 

    파페치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명품계의 아마존’으로 꼽힌다. 쿠팡이 이번에 파페치를 품게 되면서 향후 쿠팡의 로켓배송과 결합해 파격적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화점을 필두로 한 명품 시장에 그야말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18일(현지시각) 쿠팡Inc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페치 인수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쿠팡Inc는 파페치에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직접 투자만으로 성장해왔던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이다.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해, 명품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만 약 3조원으로 2015년 대비 16배 가량 성장했다. 

    파페치는 지난 2018년 뉴증시에 상장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1년 초 시가총액만 30조원에 달했지만 패션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최근 시가총액은 100분의 1 수준인 2억5000만달러로 폭락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파페치는 최근까지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6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도산하리라는 전망이 나왔을 정도.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쿠팡에게는 최적의 기회가 됐다. 한때 시총 30조원에 달했던 파페치 인수금이 불과 6500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쿠팡은 로켓배송을 활용한 신선식품 배송으로 빠르게 대형마트의 수요를 대체해왔다. 이미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 8조원을 돌파하면서 이마트의 매출 7조7000억원을 앞지른 상황. 쿠팡은 여기서 더 나아가 명품 중심의 백화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망은 밝다.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가마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올해 약 4000억달러 수준으로 온라인 비중(침투율)은 2022년 약 20%에서 2030년 3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M&A를 통해 신선식품이나 가전, 공산품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쿠팡의 패션과 명품 라인업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파페치는 그동안 뉴욕·파리·밀라노 등 제품 브랜드가 있는 부티크 인근에선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 등 국경을 넘은 일반적인 배송은 최대 5일가량 소요돼 왔다. 여기에 쿠팡의 로켓배송 물류망을 합칠 경우 배송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게 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68억달러(20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한 24% 증가했고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의 280달러, 중국의 55달러 보다 월등히 높은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에서 명품 인기가 높은 만큼 파페치의 방대한 명품 라인업이 한국에서 소비자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던 쿠팡 입장에서는 파페치의 적자가 당분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퍼페치는 2021년 초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후 적자로 전환, 올해 상반기에만 2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