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만기연장' 등 돌려막기보험권 43조… 연체율 증가세"브릿지론→선순위→금융권 전반 전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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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한숨 돌린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오랜 격언처럼 연착륙을 꿈꾸는 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몰려 오고 있다. 아직 통계지표에는 잡히지 않는 절박함이 현장에는 몰아치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데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에 앞서 본격적인 부실 솎아내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과 보험사는 대부분 선순위 위주로 대출한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많은 돈이 묶여있는 만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도 PF 사업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부담이 커지면서 보수적이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PF 1위 은행권… 만기연장 등 리스크 이연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은행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은행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26조1000억원에서 2021년 말 32조5000억원, 지난해 말 39조4000억원으로 불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올해 6월 말 43조1000억원을 기록한 뒤 3개월 새 1조1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총자산에서 PF 대출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S&P 글로벌신용평가에 따르면 은행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에서 올 6월 말 기준 1.5%로 낮아졌다.

    김대현 S&P 글로벌신용평가 이사는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에 대한 건전성 악화를 겪으며 익스포저 비중을 축소했다"며 "PF 사업별 구성을 보면 은행들의 경우 대도시 중심으로 한 주거형이 높다"고 말했다.

    연체율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29%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1년 말 0.02%, 2022년 말 0.01%로 하락했다. 올 6월 말에는 0.23%로 뛰었으나 증권(13.85%), 저축은행(5.56%), 여신전문(4.44%), 상호금융(4.18%) 등 타 업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PF 대주단 협약과 만기 연장 등으로 부실을 이연시켜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지속과 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내년부터는 부실 정리 및 경·공매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브릿지론 중 절반 가량은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부터 순차적으로 정리되면서 금융시장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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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도 부동산PF '안전지대' 아냐

    은행에 이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많은 보험업권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의 지난 9월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은행(44조2000억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말 44조3000억원과 올 상반기 43조7000억원과 비교해 분명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늘려왔던 부동산 관련 대출을 일부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일부 정리되는 등의 결과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말 기준 연체율도 1.11%로, 다른 업권에 비해 비교적 낮았지만 상반기(0.73%)보다 0.38%포인트(p) 증가했다. 보험업권의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60%에 불과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연체율이 증가세긴 하지만 1000조원이 넘는 전체 보험사 운용자산과 비교해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금융권은 직·간접적으로 다 연결돼 있는 만큼 보험업계의 PF대출 구성이 선순위채 위주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부동산 관련 대출을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삼으며 늘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대다수 보험사의 투자자산 가운데 채권 다음으로 많은 게 부동산 대출이다. PF역시 그 일환으로 부동산 호황기일때는 좋은 투자처가 됐지만 지금은 리스크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 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도 부동산 시장 자금 경색이 심각하던 차에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보험의 만기까지 겹치면서 자금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여파로 부동산 PF 관련 유동화증권의 차환 리스크가 확대된 바 있다"며 "자본시장 유동성 경색 재현시 부담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