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사장, 작년부터 3기신도시 조성사업 눈독 "사업참여 불가" 유권해석·정부 정책방향에 '오리알'
  • ▲ 수도권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수도권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정부가 3기신도시 조성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같은 사업지내 지역주택공사 역할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당사업에 눈독을 들이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최근 '사업참여가 타당하지 않다'는 유권해석 결과와 더불어 이번 정부 정책방향으로 3기신도시 사업참여가 무산돼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공부문 주택공급을 추가로 늘리고 지역주택도시공사 참여 지분 등을 확대해 택지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주택도시공사에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공사채 발행을 지원하고 신도시 사업지역에 있는 공사 지분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주택공사 지분 확대를 통해 올해 안으로 3기신도시 부지조성 및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정책방향으로 3기신도시가 조성되는 사업지 소재 주택도시공사는 향후 사업지분이 늘어날 전망이다.

    3기신도시 주요지구로는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으로 경기·인천이 사업지다.

    기타 공공주택지구 역시 △과천 과천 △안산 장상 △인천 구월2 △화성 봉담3 △광명 시흥 △의왕·군포·안산 등으로 소재가 동일하다.

    현재 3기신도시 사업지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절반이상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GH와 인천도시공사(iH) 등 지역도시공사가 나눠갖는 형태다. 이 구조는 정부방침에 따라 앞으로 각 공사별로 지분이 재편될 수 있다.

    앞서 GH는 3기신도시 개발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사업지분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30만호가량이 들어서는 3기신도시 사업은 당초 2025~2026년 입주가 예정됐지만 토지보상 및 조성공사 착공 등이 지연돼 입주예정 시기도 밀린 상태다.

    지난해 11월 김세용 GH 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GH 사업지분을 LH와 대등한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며 "GH는 광교·다산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사업능력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80대 20 수준인 LH와 GH의 3기신도시 지분비율을 50대 50으로 변경할 경우 사업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3기신도시중 한 곳인 경기 남양주 왕숙신도시 조감도. ⓒ경기주택도시공사
    ▲ 3기신도시중 한 곳인 경기 남양주 왕숙신도시 조감도. ⓒ경기주택도시공사
    이와 관련 GH는 사업지 지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GH 관계자는 "몇 가지 제도적 제한사항도 있지만 정부 발표 전부터 공사 입장은 LH가 참여하는 수준과 대등한 수준으로 사업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라든지 LH, 경기도 등 기관과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GH 신도시총괄부 관계자는 "사업지마다 공사간 지분 비율이 상이한 상황"이라며 "과천 사업장의 경우 LH는 55%, GH는 30%, 과천도시공사가 15%를 가지고 있는 등 사업지별 해당 지역 도시공사 지분이 따로 있기 때문에 관련한 검토 및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경기도는 GH에 대한 추가 출자를 통해 부채비율 한도 350%를 높이지 않으면서 3기신도시 사업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H 관계자는 "공사채 발행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야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가 출자 계획을 검토중"이라며 "제도적으로 부채비율한도도 제한된 상황이라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도 관련부서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기신도시 조성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LH 사업역량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그 틈을 타 SH는 사업참여 의지를 내비치며 지난해 11월 국토부에 이를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김헌동 SH 사장은 "국토부만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며 "SH가 가진 재원을 바탕으로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밝히며 사업참여 의지를 공고히 했다.

    국토부는 SH의 사업참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난해 12월말 국토부에 'SH 사업 참여는 타당하지 않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유권해석과 더불어 이번 정부 발표에서 지분확대 대상이 사업지내 지역주택도시공사로 한정돼 SH는 3기신도시 사업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H 관계자는 "유권해석 결과와 관련 국토부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이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알려진 유권해석 결과상 3기신도시 사업참여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지역공사의 사업지분 확대가 사업속도 향상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 정책의도는 3기신도시 조성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지역공사들의 참여를 높여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명분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는 일련의 사태들로 LH 신뢰도가 떨어진 것을 상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지역공사들의 참여도를 높인다고 해서 사업속도가 빨라진다는 보장은 없다"며 "지분을 둘러싸고 시도 공사와 시군구 공사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이 진행되는 데 있어 확실한 주체의 존재도 중요한 부분인데 지분 조정을 통해 이같은 주도세력이 희석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기관들간 사업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