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특허 대리인, 텍사스 법원 美 이통3사 고소"최소 2022년부터 LTE·5G 특허 11건 침해" 주장5G 끝물에 소송전 돌입… 2019년 '2시간' 갈등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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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를 놓고 경쟁했던 한국과 미국이 이번에 특허침해를 놓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8일 KT에 따르면 회사의 특허 대리인 ‘Pegasus Wireless Innovation(이하 페가수스)’는 지난달 미국 이동통신 3사(버라이즌·T-모바일·AT&T)를 특허침해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페가수스는 미국 이통3사가 KT의 LTE·5G 특허 11건을 고의로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과 향후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 페가수스는 최소 2022년 12월부터 특허침해가 이뤄졌으며 미국 이통3사 측이 협조를 거부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텍사스 동부지법은 한국 기업들이 특허침해를 당했을 때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신속하게 내리고 배상 금액 높게 책정하는 성향이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한국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절반이 여기서 이뤄졌다.KT는 페가수스라는 특허 대리인을 내세워 미국 기업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모양새다. KT는 2022년 9월 침해당한 특허에 대한 권리 일체를 페가수스에 위임했다. 3개월 후인 2022년 12월 페가수스는 미국 이통3사와 접촉해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시작 정확히 1년 후인 2023년 12월 페가수스는 미국 이통3사를 특허침해로 고소했다.페가수스 측은 미국 이통3사가 침해한 KT의 특허가 5G 핵심 기술인 점, 그리고 KT가 매년 연구개발(R&D)에 약 1억3000만달러(한화 1700억원)을 집행한다는 점을 들며 소송이 불가피했다고 고소장에서 설명했다. KT는 2022년 R&D에만 2306억원을 썼다.한국과 미국이 5G로 마찰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은 2019년 4월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미국보다 약 2시간 빨리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내자 당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발끈하며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한국은 5G가 5G 단말기에 연결된 시점을 상용화 기준으로 삼았다. 버라이즌과 AT&T는 한국보다 먼저 5G망을 출시했다고 주장했으나 근거가 다소 빈약했다.당시 버라이즌의 5G망은 단말기에 연결이 안 되는 상태였고, AT&T의 5G망은 도시 두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로이터가 기존 보도를 유지하면서 한국이 최초 5G 상용화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지만 앙금이 남게 됐다.KT 관계자는 이번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KT는 소송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