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스카이라이프 협상으로 송출수수료 갈등 진정 국면더 큰 문제는 올해, 구조조적 한계로 똑같은 갈등 재발할 듯홈쇼핑-케이블TV 사이 ‘을의 전쟁’… 정부의 개입 요구까지
  • ▲ 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 추이.(단위 억원)ⓒTV홈쇼핑협회
    ▲ 홈쇼핑 7개사의 송출수수료 추이.(단위 억원)ⓒTV홈쇼핑협회
    소비의 격전지 유통업계에서는 오늘도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소비의 예술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다. 조금이라도 더 선택 받고 더 팔리기 위해서는 트렌드는 물론 소비자의 심리, 문화부터 인사, 디자인, 기업문화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분위기와 전략, 속살을 느낌 있게 풀어봤다. [편집자 주]

    “진짜 문제는 올해 역시 작년과 똑같은 갈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봉합되면서 홈쇼핑 업계 송출수수료 갈등이 전반적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해를 넘긴 협상이 마무리 되더라도 올해 다시 계약만기에 따른 협상을 이어가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의 우열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은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는 중이다.

    19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가검증협의체까지 가동됐던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던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의 송출수수료 갈등은 봉합되는 중이다. 

    아직 CJ온스타일과 LG헬로비전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세부 협상이 이뤄지는 만큼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하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의 갈등이 해소 수순으로 가는 셈이다.

    다만, 이런 협상이 미봉책에 그친다는 업계의 평가도 적지 않다.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의 계약은 연간 단위로 체결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도 다시 송출수수료를 두고 다시 갈등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강도는 지난해보다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침체로 인해 홈쇼핑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를 두고 올해도 한바탕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음에야 매년 같은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근본적 문제는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의 우열관계다. 통상 가장 우위에 놓인 곳은 IPTV다. IPTV는 유료방송사업자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IPTV 채널에서 밀린다는 것은 홈쇼핑 매출이 대폭 감소한다는 말과 같다. 반면 케이블TV는 홈쇼핑 업체에게 ‘을’에 가깝다. 매년 가입자 수가 감소해왔고 규모가 작아 지역 케이블TV에서 송출이 중단되더라도 홈쇼핑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 IPTV가 송출수수료를 인상하면 홈쇼핑 업계가 마지못해 따라가지만 케이블TV가 IPTV 수수료율을 기반으로 인상을 요구하면 홈쇼핑이 거부하는 이른바 ‘을과의 전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송출수수료 갈등 대부분이 홈쇼핑-케이블TV 구도가 됐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여기에서 거의 유일한 대안은 정부의 대가검증협의체지만 이마저도 권고에 불과하고 수수료 인상 여부를 따지기 보단 협의만을 종용하는 탓에 언제까지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는 이유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티커머스(데이터방송)의 라이브 방송 승인 등으로 홈쇼핑의 경쟁력이 더욱 위협받는 가운데, 송출수수료 협상 이슈는 앞으로도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사업자간 갑과 을의 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