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AI' 자체 반도체 파트너 촉각최태원 SK회장 회동 추진… 'HBM' 공급 논의삼성과는 부품~생산까지 '토탈 서비스' 협력 가능성
  • ▲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오픈 AI의 자체 AI 반도체 생산에 협력하게 될 가능성에 불이 켜졌다. 지난해 6월에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 등을 만난 올트먼은 이번엔 최태원 SK회장과 회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첫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2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번주 한국을 방문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주요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트먼 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에서 여러 면담이 예정돼있다"고 밝히며 방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 복귀한 올트먼 '광폭 행보'...'AI 반도체 협력체' 구축 잰걸음

    올트먼은 지난해 11월 오픈 AI 이사회에서 해임됐다가 닷새만에 다시 CEO로 복귀하는데 성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AI 시대는 빠르게 다가왔지만 AI 반도체 공급이나 생태계 구축, 윤리 문제 등 아직까진 인프라나 재반 상황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트먼이 이번에 한국행을 결정한데는 AI 반도체 공급 관련 협력과 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확산 속도 대비 AI 반도체 공급은 미국 엔비디아와 AMD 등 일부 공급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현재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주문해도 실제로 고객이 받기까지 1년 넘게 걸릴 정도로 밀려있다는 점이다.

    '품귀'에 따라 높아진 AI 반도체 몸 값도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게 부추기는 주요 요소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인 'H100'이나 'H800'은 단위당 2만 달러에서 2만5000달러다. 게다가 이 GPU가 AI 서버당 8개 이상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서버 구축에만 단위당 2억 원에서 2억 6000만 원까지 든다는 얘기다. 앞으로 AI 서버 용량이 더 커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GPU와 HBM의 용량도 몇 배씩 커지고 투자비도 막대한 규모가 될 수 밖에 없다.

    오픈 AI도 이런 상황 속에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자체 개발 AI 반도체 개발에 한창이거나 실무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오면서 오픈 AI도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트먼은 오픈 AI의 자체 반도체 생산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의 반도체 공급에 막힌 AI 산업 성장을 고려해 AI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게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와 ARM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등 다수의 투자자들과 만나 대규모 투자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올트먼이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투자로 AI 반도체 팹 신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생산이 가능한 TSMC 같은 파운드리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AI 반도체 시대 빠질 수 없는 韓 기업들...삼성·SK도 '기회'

    올트먼이 이번에 방한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축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트먼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AI 반도체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오픈 AI와 협력하고 AI 반도체 생산 글로벌 네트워크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지난해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공급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도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을 비롯해 다수의 수요처에서 공급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SK그룹은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도 두고 있어서 AI 유망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은 올트먼이 추가적인 협력 기회를 열어둘 수도 있다.

    HBM과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이번 올트먼의 움직임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오픈 AI는 물론이고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 상당수는 삼성전자처럼 핵심 부품 공급부터 설계, 제조까지 한번에 믿고 맡길 수 있는 토탈 서비스(total service)를 선호한다. 현재 이 토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삼성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 특성 상 향후에도 삼성처럼 토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트먼이 삼성과의 중장기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도 있다.

    오픈 AI와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동맹에 참여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반도체 핵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을 방문해 협력관계를 다지고 인텔 CEO 등과 회동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를 논의하는 등 전면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