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포함 롱리스트 선정…내주 숏리스트 확정IB명가 도약·사상 최대 실적 등 경영 성과 뚜렷세대교체 흐름·당국 중징계 처분 부담…중앙회 의중 변수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4연임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회사가 지난해 녹록치 않은 영업 환경에서도 선방한 실적을 거둔 만큼 정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엔 이견이 없다. 다만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세대 교체가 잇따른 가운데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받은 정 대표의 거취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정영채 사장을 포함해 내·외부인사 90명가량의 롱리스트를 선정했다. 임추위는 내주 중 3~4명으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보고하기까기 과정은 전부 비공개한다. 

    지난 2018년 이후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그는 2020년 회사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NH투자증권 역대 최장수 CEO에 등극했다.  

    차기 수장 인선이 본격화한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정 대표가 4번째 연임에 성공할지 여부다. 

    일단 실적만 놓고보면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취임 첫 해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주식시장에 유례없는 호황기가 찾아왔던 2021년에는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89% 늘어난 573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실적으로, 선두인 한국투자증권(5974억원)과의 격차도 200억원 남짓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감하는 가운데서도 NH투자증권은 선방한 실적을 시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익스포저가 타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운용부문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보수적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 덕분이다. 

    NH투자증권을 지금의 IB명가로 이끌어낸 것도 정 대표의 업적이다. 그는 2005년 대우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후 14년간 IB사업본부장을 맡으며 당시 7~8위였던 IB부문 순위를 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

    회사 전성기를 이끌어온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발목잡는 건 족쇄처럼 따라붙는 옵티머스펀드 책임론이다.  

    정영채 대표는 일관된 결백 주장에도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 징계를 받으면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후 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적으로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스탠스와 증권업계 분위기를 감안할 때 낙관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강화 등 당국의 쇄신 압박 속에 연말연초 대거 세대 교체를 이뤘다.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에서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메리츠증권도 최희문 부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기며 장원재 대표를 선임했다. KB증권은 정영채 대표와 함께 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박정림 대표 대신 이홍구 대표를 낙점했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볼 때 정 대표의 4연임 결정이 자칫 당국과의 각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나 NH투자증권이 지주 내 유일한 상장사지만 인사에서 농협중앙회 입김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농협중앙회장 교체와 함께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한 지주 차원의 변화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내달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영채 대표가 입지전적인 수장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지주의 분위기, 당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추가로 4연임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