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3024억원…1946년 창사 이래 최대 연간 실적CSM 지속 확보, 보험계약 질적 개선, 투자자산 체질 개선 효과수익성 개선에 못 미치는 건전성 회복세…매각가격 이견도 여전
  • ▲ 롯데손해보험. 사진=정상윤 기자
    ▲ 롯데손해보험. 사진=정상윤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을 모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이달 말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사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실적이 매각 작업에 긍정적이란 시각과 달리 쉽지 않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잠재워지지 않은 데다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의 폭이 작지 않을 거란 점에서다. 

    롯데손해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지난해 영업이익 3973억원, 순이익 302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회사가 세워진 이래 최대 연간 실적이다. 장기보장성보험의 성장을 통한 지속적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와 보험계약의 질적 개선 그리고 투자자산에 대한 리밸런싱 등 체질 개선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내재가치 중심 경영의 체질 개선 성과를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라며 "보험계약과 투자자산의 질이 개선되고 안정적인 재무관리가 이어지는 등 정성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설명서 배포 등 본격 매각작업 추진

    JP모건은 최근 해외투자자와도 1대 1로 접촉하면서 투자의향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과 실사, 본입찰 등의 과정을 거쳐 연내 매각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해보험은 ABL, KDB생명, MG손해보험 등 여러 매물이 나와 있는 현 보험업계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3700억원에 지분 53.49%를 사들인 뒤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77.04%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9600억원가량이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다 호텔롯데 지분(5%)과 유통주식 물량을 합친 전체 지분 그리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롯데손해보험의 몸값이 적어도 2조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JKL 측 입장이다. 그러나 JKL의 기대치와 시장에서 바라보는 적정 기업가치 사이에는 간극이 여전하다.

    ◇고정이하자산비율, 퇴직연금 등 대체투자자산 손실 지속

    가장 큰 문제는 흔들리는 건전성이다.

    분기보고서와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롯데손해보험의 고정이하자산비율(전체 자산 중 연체기간 3개월 이상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0.84%에서 지난해 3분기 3.11%로, 3분기 만에 2.27%p 상승했다. 부실 대체투자자산의 급증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국내 손해보험업계 평균보다 안전자산 비중이 낮고, 대체투자자산이 높은 편이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919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4449억원으로 반토막(-51.5%)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수익증권자산은 2조2944억원에서 4조69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77.3%)했다.

    게다가 대체투자자산에서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핵심 문제는 퇴직연금. 롯데손해보험은 업계에서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편으로, 2022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차역마진을 겪으면서 퇴직연금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지급여력비율(K-ICS) 지표 역시 그대로 보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 지난해 3분기 K-ICS는 208%로 우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과조치 효과가 크다. 보험위험액 산출 관련 경과조치 적용으로 약 60%의 비율 상승효과가 있었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는 148%로 다소 미흡하다. 기존 RBC비율(2022년 말 150%)을 소폭 밑도는 수치로, 높은 손해율과 위험자산 비중이 요구자본 증가로 이어지면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건전성 리스크 때문에 최근 진행한 후순위채 발행이 흥행하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후순위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800억원 모집에 4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최대 1200억원의 증액 발행은 무산됐다. 다만 총액인수로 발행하는 만큼 6.8%에 800억원 발행을 확정했다. 발행금리는 지난해 12월 7.29%에서 0.49%p 낮아졌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매력적인 매물이 된 건 맞다"면서도 "현재 알려진 매각가격은 인수자로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격적인 실사 과정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드러나 몸값이 더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손해보험 측은 "매각 주체가 우리가 아니라 주주사에서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