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1개 판매사 현장점검 결과 발표과도한 영업목표 설정…고위험상품 판매 조장일선 현장선 가입신청서 대리작성‧서명 수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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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 검사에서 본사의 판매정책과 시스템부터 일선 현장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H지수 기초 ELS의 투자자 손실 위험이 확대되는 시기에 전사적으로 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개별 영업점에서도 서류를 변조해 대리가입을 진행하는 등 불완전판매 행위를 광범위하게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 “소비자 보호장치 판매현장서 작동 안해”

    금융감독원은 11일 “지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소비자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비자보호 장치들이 실제 판매과정에서 충실히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내용의 '홍콩 H지수 ELS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1월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약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 등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에서는 불완전판매 금융사가 어디인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우선 ELS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분쟁조정기준안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향후 징계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사보다 은행에서 보다 많은 불완전판매가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은행 같은 경우는 대부분 판매사에서 (배상비율을 높일) 공통적 요인이 발견됐다”면서 “증권에서는 공통적으로 가중할 요인들이 은행보다는 적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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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실적주의…소비자 보호 총체적 난국

    검사 결과 은행 등 판매사들은 글로벌 주가지수 변동성이 큰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 조정하거나 판매한도를 확대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하고, 판매시스템을 부적절하게 설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은 2021년 영업목표 수립 시 자산관리(WM)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 예상실적 대비 56.9% 상향 설정했고, B은행은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실적 데이터를 회사 게시판에 안내하는 등 실적 경쟁을 독려했다.

    또 C은행의 경우 고위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직원들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불완전판매를 막기위한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투자자 성향분석 시 6개 항목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함에도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를 배정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설계‧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D은행은 투자자성향 분석시 ‘거래목적’ 항목에 평가점수를 배정하지 않아 투자자가 ‘노후자금 마련’ 등을 선택하더라도 투자성향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꼼수를 썼다. 이 경우 일선 현장 직원은 ELS 투자 권유가 가능해진다.

    A증권에서는 ‘원금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에게도 자산규모, 소득수준 등 다른 항목 평가결과에 의해 자의적으로 ELS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수두룩했다.

    대표적으로 E은행은 ELS 발행사의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이 과거 20년으로 돼 있음에도 운용자산설명서 작성시 이를 10년으로 임의변경해 손실이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객에게 소개했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던 고의누락 사례다.

    이밖에 중요사항인 '위험등급 유의사항'을 설명서에서 누락하거나 고난도상품 요약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경우도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본사 차원의 실적주의 영향으로 영업현장에서도 설명의무 위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발견됐다.

    F은행 판매직원은 배우자를 대신해 방문한 고객에게 ELS 재가입을 권유하며, 명의자 본인의 가입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기존에 제출돼 유효기간이 지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일자를 변조하여 가입이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작성·서명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다만 해당 판매사가 고객 피해 배상과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을 할 경우 참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이번 검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