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카카오 주총 개최, 정신아 대표 선임 등 8건 안건 통과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 선임… 7명→8명 체제 이사회 개편사법리스크 해소 및 회전문 인사 종료 등 조직 쇄신 선결 과제AI 기술 역량 확보, 그룹의 규모에 맞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
  • ▲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 정신아 카카오 대표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취임했다. 닻 올리는 정신아 호(號) 앞에는 사법리스크 해소와 회전문 인사로 얼룩진 조직을 쇄신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와 함께 AI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그룹의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추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끄는 것이 정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 대표의 선임 건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차경진 한양대 교수,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 등 사외이사 2명 선임의 건을 원안대로 통과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정신아·권대열·조석영), 사외이사 5명(윤석·최세정·박새롬·차경진·함춘승) 등 총 8명으로 꾸려진다. 주주는 1주당 61원을 배당받게 되며, 4월 25일 배당금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재무제표 승인 건, 정관 일부 변경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8개 의안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정 대표는 1975년생(만 48세)으로,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3월 카카오 기타 비상무이사로 합류했으며, 9월부터는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았다. 이후 경영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홍은택 전 대표 후임자로 내정됐다.

    40대 첫 여성 대표이자 비(非) 김범수 창업자 라인에 속하는 정 대표는 막다른 길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카카오가 직면한 사법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카카오 임직원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 감리를 통해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김범수 창업자 본인을 비롯해 경영진 전반에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높았다.

    특히 자율 경영이라는 이름하에 계열사 전반에 퍼진 '형님 리더십'을 근절해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홍 대표를 비롯해 남궁훈 전 대표, 여민수 전 카카오 대표,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 등 모두 김 창업자의 오랜 측근에 속한다. 내부 견제가 없는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회전문 인맥' 인사를 끊어내야 하는 것.

    외부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와 조율하면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정 대표가 '먹튀 사태'와 '분식 회계' 등 과거 논란이 있는 인물들(정규돈 CTO,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을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준신위가 개선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들에 대한 인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I 분야의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도 정 대표의 과제 중 하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 발표를 미룬 바 있으며 올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네이버 등 타사 대비 AI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코GPT 2.0 고도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가 강조한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을 유연하게 고려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AI 전략이 시장에 먹힐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 선임은) 사실상 카카오의 마지막 인적 쇄신 카드"라며 "조직 쇄신은 물론, AI 등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사회적으로 다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린다고 밝혔다. 해당 조직 산하에는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R&D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개발 경험에 최신 기술을 더해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 AI책임자(CAIO)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CAIO는 SK텔레콤 AI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국내의 대표적 AI⋅데이터 전문가다. 이 CAIO는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카카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끌게 된다. 

    아울러 급격히 성장한 사업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 테크기업다운 빠르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조직 및 직책 구조를 단순화하여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사업 및 목적 별로 파편화되어 있던 기술 역량 또한 결집시켜, 기술부채를 해결하고 테크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사내 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