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속 총선 이후 야당 포퓰리즘 정책 노골화정부 개입에 '환율 숨고르기' 중동 위기에 불안 여전이 와중에 美연준 2인자 '금리인상론' 꺼내 시장 술렁복합악재 대처 못하면 '디플레' 위기… "정밀대책 시급"
  •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634.70)보다 42.84포인트(1.63%) 내린 2591.8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55.65)보다 13.74포인트(1.61%) 하락한 841.91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2.9원)보다 9.3원 높아진 1382.2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634.70)보다 42.84포인트(1.63%) 내린 2591.8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55.65)보다 13.74포인트(1.61%) 하락한 841.91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2.9원)보다 9.3원 높아진 1382.2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 중동발 추가 악재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유가가 들썩이자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 직면 위기다. 4·10총선 참패로 '아노미 상태'에 빠진 정부·여당이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컨티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경제당국 등에 따르면 이란-이스라엘 간 공습과 재보복 공격 등으로 중동 정세가 최대의 경제 불확실성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이 전 국민 지원금, 제2 양곡법 등 재정 부담이 큰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하면서 대내외 경제 상황이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미국 A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이란 내 장소를 타격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무장드론 및 미사일 약 300발을 발사했는데 이에 대한 재보복 공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국내 증시는 급락하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는 장중 3%까지 떨어졌고, 코스닥은 이보다 낙폭을 확대해 3.5%까지 하락했다.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급등해 오전 중에는 1390원대까지 치솟았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4% 넘게 올랐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90달러를 넘겼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 역시 트로이온스당 2433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오전 한때 4.6326%를 찍었다. 

    출렁이던 주식, 환율, 유가, 금 시세, 국채 금리 모두 오후장 들어 낙폭을 줄였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재보복 사태에 모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각에선 5차 중동전쟁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당분간 유가 및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전국민 지원금에 이어 추경 요구까지 포퓰리즘 정책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경제 안전벨트'를 준비해야 하니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생회복 지원금을 비롯한 조치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 재정 역할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중동 갈등으로 삼고(三高·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민생회복 긴급조치로 자신이 총선 때 공약했던 1인당 25만원씩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 편성을 요구했다. 

    경제계 안팎에서 국가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할 조짐이다. 야당은 민생회복 지원금 외에도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지원금,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물가로 비상인 가운데 총선 직후 식품·유통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점도 큰 악재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월 회비와 치킨·버거 등 프랜차이즈 가격이 오른데 이어 편의점에서 파는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고 초콜릿, 조미김 등 가공품까지 오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초콜릿이 들어가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빵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묶였던 전기·가스료, 대중교통요금 등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농산물이 견인한 물가 급등이 가공식품과 공산품, 공공요금까지 크게 올라 물가당국이 내놨던 '3월 물가 정점론'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인 가운데 대외적 상황의 개선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의 이란 재보복에 중동지역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폭등은 피할 수 없고 글로벌 해상 물류 공급망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연준 내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우리의 물가목표(2%)를 달성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재반등할 경우 금리 인상 카드도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실제 단행될 경우 경제위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고통이 이미 큰 상황에서 중동발 위기까지 겹친 복합 악재를 제대로 대처 못하면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 물가상승 동시 발생)' 넘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이 대량 실직, 사회 전반적인 침체까지 동반하는 만큼 인플레이션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극단적인 사례는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다. 

    정부·여당이 선거 패배 후유증을 벗고, 경제 시나리오별 정밀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정은 물론 기업들도 함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여러 '경제적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경제학계 한 인사는 "선거 패배로 마치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처럼 정부 당국의 위기 의식, 대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비상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컨티전시 플랜을 서둘러 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