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놓고 하나→수성, 국민·신한→탈환, 우리→선언 밝혀 영업력‧비용 효율화‧ELS 사태 충당금 등 이슈 관건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은행권에 순위 경쟁 파고가 거세게 일렁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상생금융,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 이슈를 겪으면서 부침이 불가피하기 때문. 

    시중은행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 아래 영업력 강화, 수익 방어 등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 순위 구도 변화 등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격 영업 불지핀 하나은행, 2년 연속 리딩뱅크 노려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하자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며 전국적인 영업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이런 노력 덕에 하나은행 총자산은 급성장했다. 

    하나은행의 2022년 실질총자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12.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 11.36%, 우리은행 10.83%, 신한은행 9.54% 순이었다 .

    지난해는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렸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전년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은 5.67%였다. 국민은행 3.18%, 신한은행 2.11%, 우리은행 1.65%에 비해 크게 높았다 .

    하나은행의 폭발적인 외형성장은 함영주 회장과 이승열 행장이 콤비를 이뤄 이끌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으며 일찍이 영업통임을 입증했고, 회장 취임 이후 재무통인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발탁하며 영업뿐만 아니라 전략‧재무적 요소까지 탄탄하게 관리했다. 함 회장은 1등 DNA와 영업 제일주의를 줄곧 앞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빙뱅크 왕좌를 지키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현장과 성과 중심 인사를 단행하며 공격적인 영업력 확대를 추진했다. 

    또 성과 중심의 발탁인사를 통해 능력 있는 젊은 리더를 전진 배치하면서 70년대생 팀장급 직원을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조직개편을 통해 중앙영업그룹 내 강남서초영업본부, 종로영업본부 등 2개의 영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영업활동 지원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 위기 속 기회 노린 우리은행, 충당금 리스크 줄여 순익 극대화

    4대 시중은행 중 만년 ‘4등’인 우리은행은 올해 1등 은행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낸 비이자이익 부문을 끌어올려 성장 기반을 닦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8.8% 감소한 6740억원이다.

    우리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홍콩H지수 판매액이 415억원으로 가장 적다. 이에 따른 손실 배상액도 100억원이 채 안된다. 다른 은행들의 피해배상액은 적게는 2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계기로 자산관리 사업 확대를 통한 수수료이익을 늘린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금융 명가재건’도 앞세워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 KPI(핵심성과지표)에서 기업금융 배점을 높이기도 했다. 

    부수업무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입찰·계약·발주 등 공급망 관리 업무에 금융을 연계한 디지털 공급망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개편해 기업금융 강화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복안이다. 

    ‘알뜰폰’ 사업에도 출사표를 냈다. 알뜰폰 통신사 경쟁 입찰공고를 내고 협력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마이데이터와 개인신용평가 활용, 고객시너지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케이뱅크가 목표대로 올해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면 우리은행에도 큰 이익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2대 주주로 지분 12.58%를 갖고 있다 .

    케이뱅크가 상장하면 케이뱅크 주가와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장부가격의 차액만큼 주식매매이익에 반영될 수 있다. 실제 주식을 팔지 않아도 회계상 당기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 리딩뱅크 탈환 나선 신한‧국민은행… 관건은 충당금‧비용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20여년간 1위를 다투던 경쟁 체제가 와해되면서 절치부심하고 있다.  

    먼저 경쟁사 대비 외형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민은행은 2022년부터 비용 부문에서 뒤지며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국민은행은 해마다 업권 내 최대 판매비와관리비를 지출했다. 영업수익에서 판관비가 빠져나가며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식이다. 

    국민은행 판관비는 2019년 3조8874억원, 2020년 4조2013억원, 2021년 4조4027억원, 2022년 4조6980억원, 2023년 4조5218억원 등 매년 늘고 있다. 

    이에 국민은행은 비용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 비용효율성 개선 노력 덕분에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3.2%를 기록해 전년 48.7% 대비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콩 H지수 ELS 관련 보상으로 인한 대규모 충당부채 리스크는 걸림돌이다. 

    업계는 국민은행이 올해 1분기 실적에 ELS 분쟁조정과 관련 9000억~1조원 충당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 중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만큼 다른 은행에 비해 충당부채 역시 5배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은행은 전국 영업조직을 개편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한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해 리딩뱅크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이미 부행장급 임원 4명을 영업추진그룹에 배치하면서 각 권역별 공격적인 영업력 증대를 주문했다.

    영업조직을 늘려 경쟁을 끌어올리는 반면 여타 본부 인력과 조직은 통폐합을 통한 슬림화를 단행했다. 경영기획과 경영관리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등 본부 지원부서를 통폐합하고 관련 그룹장도 축소해 비용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은 각종 일회성 이슈들로 인해 경쟁구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면서 순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