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희귀 질환분야 교수 1명이라도 이탈 시 '치료 불가능' 상황후속 대책 차원서 현황 파악 필수 … 늦어지면 사망에 이르러사직서 제출 후 1개월 D-DAY … 교수들 "예정대로 사직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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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부재로 인한 '번 아웃'을 호소하며 사직을 시작한 가운데 이들의 명단을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증, 희귀질환 분야는 애초에 의사인력 부족해 1명이 빠지더라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언제, 어떻게 담당 교수가 사직하는지 등 최소한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사직으로 인한 외래나 수술 취소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관련 현황을 공유해야만 환자도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들을 치료할 의사와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필수의료 중에서도 의사인력이 많지 않은 분야에서 사직이 이뤄지면 환자는 대처할 여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주요 병원 교수들의 사직 현황과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도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갑작스런 진료중단에 따른 사망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라고 했다. 

    환자들 사이 교수 사직에 따른 공포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전공의 이탈 문제로 수술이 밀리고 입원도 어려운 상황이 됐음을 경험했는데 이제 치료할 방법 조차 사라지게 된다는 우려가 커진다. 
     
    사직 교수 명단과 현황이 공개돼야 하는 이유는 해당 병원에 대체 인력이 없다면 타 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암진료협력병원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이곳들도 대기가 최소 한 달이 넘고 5대 암종이 아닌 희귀암 환자는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수 사직이 진행되는 것은 환자 사망을 방조하는 행위가 된다. 중증, 휘귀질환 분야의 교수의 병원 이탈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김 회장은 "전공의 이탈 초기에 교수들은 환자보다 제자들을 지키겠다고 하다가 전공의 대표가 교수들을 '중간 착취자'라고 하자 과로로 병원을 떠난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이 과정에서 본인들을 믿고 살고자 했던 환자들을 위한 배려는 하나도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정부는 이 상황에 깊숙이 개입해 환자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라며 "사직 교수 명단 공개를 시작으로 환자가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영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직 수리 없어도 병원 떠나는 교수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대 교수들은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이날부터 사직을 시작한다.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딱 1개월이 지나 민법에 근거해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후로 출근하지 않는 교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진 않겠다고 했고, 사직 수리가 안 된 상황에서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 20여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역시 전날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며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집단 사직서 제출이 대정부 '압박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를 반박하며 실제 현장 이탈을 예고한 상태다. 

    실제 방재승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교수 사직을 뻥카(허풍)라고 매도하는데 마지막으로 우리가 한 말은 지키기 위해 병원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전국 상급종합병원이자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주 1회 셧다운까지 결정해 대한민국 의료공백은 붕괴로 치닫고 있다.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대형병원의 손실은 계속 쌓여가고 있으며 내달이면 직원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곳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남겨진 환자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문제와 달리 교수들이 현장을 떠나는 것은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생사의 영역에 놓여있는 중증, 희귀 질환자들은 죽음의 기로에서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