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행안장관 공석 이어 공항공사 사장마저 부재공항공사, 사장과 함께 선임되는 상임이사 3명도 공석관제역할 능력 의구심 증폭… 조류퇴치 체계도 도마
  •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히면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 이후 공항 안전관리 체계에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물론 상임이사 등 주요 임원 자리가 8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사고 발생 당시 조류 퇴치 미흡, 규정에 어긋난 공항 인프라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면서 대행 체제로 이끌고 있는 조직체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1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사장은 지난 4월 윤형중 전 사장이 사퇴한 후 8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사장과 함께 선임돼야 할 상임이사 3명도 여전히 공석 상태로 남아 있다.

    이번 무안공항 참사가 국가적 위기 상황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항공사 사장의 부재는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되고, 재난 대응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석인 상황이다.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규정에 맞지 않는 방위각시설(Localizer·로컬라이저) 문제나 공항 관제 역할, 조류 퇴치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공항공사의 관리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무안공항 근무 인력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사고 당시 기장이 오전 8시59분 관제탑을 향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를 알렸지만 항공기는 선회각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곧바로 착륙을 시도했다.

    ◇ '메이데이' 3분뒤 소방출동 요청… 항공기-관제탑 소통 미흡 정황

    일각에선 사고 전 항공기와 관제탑의 소통이 일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 조종사의 '메이데이' 선언 후 관제탑 소방출동 요청이 3분 정도 지연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오전 관제탑에는 2명의 관제사가 근무 중이었다. 관제사는 8시54분께 사고 항공기에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허가를 내렸으며 3분 뒤인 8시57분 '조류활동주의'를 조언했다. 2분 뒤인 8시59분 조종사는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3번 선언하고 조류충돌 사실과 복행을 통보했다.

    항공기가 복행 후 재접근을 시도하자 관제사는 9시1분 활주로 19 방향으로 착륙허가를 내렸으며 공항소방대 출동 요청 벨을 누른 것은 그 뒤인 9시2분34초였다. 공항소방대는 출동 요청을 받고 21초 뒤인 9시2분55초에 소방차 3대를 출동시켰다.

    조종사는 관제탑 지시에 따라 사전준비를 기다리는 대신 9시2분께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활주로에서 제동하지 못하고 이탈해 콘크리트 시설물에 충돌, 폭발했다.

    '메이데이'는 조종사가 위험징후가 상당히 클 때 외치는 구호로, 관제사는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요청하면 지체 없이 공항 전담 소방대와 구급대를 대기시켜야 한다. 비상 상황의 항공기가 착륙하지 않고 상공에서 관제탑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소방대가 미리 가서 대기를 했다가 즉시 화재를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다.

    항공기가 복행하는 과정에서 관제탑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복행하는 과정에서 기장과 관제사 사이에 지시하고 유도하는 교신이 어느 순간 단절돼 랜딩기어나 엔진 불능 상황이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관제탑의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관제탑의 사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교신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철새 도래지에 건설된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은 4명에 불과

    조류 충돌 문제도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무안공항이 위치한 무안군은 일대는 철새 도래지로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공항 인근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은 철새의 주요 서식지로 꼽힌다.

    조류 충돌 문제는 공항 건설 초기부터 제기됐는데 최근 5년간 무안공항에서 보고된 조류 충돌 비율은 0.09%로, 제주공항(0.013%)의 약 7배에 달한다.

    그러나 무안공항은 조류 퇴치를 담당하는 전담 직원이 4명에 불과하고, 동시간 상근인력은 1~2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조류 탐지 레이더 같은 첨단 장비와 열화상 탐지기조차 설치되지 않은 관리 현실에 '안전 불감증'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공항공사는 조류 퇴치를 위해 공포탄, 호각, 조류 기피제 등 기존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조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조류 충돌로 항공기 엔진이 조류를 흡입할 경우 추진력이 상실되고 비상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류 탐지 레이더 등 조류 퇴치 장비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직 체계에 대한 점검도 빼놓치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장이 공석인 상태이니 아무래도 무안공항 근무자들의 기강 해이, 안전불감증 등 긴장이 풀려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공당국은 이번 참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종합조사할 계획"이라며 "사고의 기술적 원인도 규명해야겠지만 관리상 책임구조 등 내부 체제의 문제점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