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심사 통과… 3년간 영업점 14개 신설금융위, 내부통제개선 실태 보고하는 부대조건 붙여 대구은행, 인뱅+지역은행 결합한 뉴 하이브리드 뱅크 추구자산 성장, 건전성 개선은 숙제… 메기 역할엔 엇갈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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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경북권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전국구 영업이 가능한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 시중은행 출범이자 신한·우리·하나·한국씨티·KB국민·SC제일은행에 이은 7번째 시중은행이다.

    대구은행이 전통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흔들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제9차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의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 구역 중심으로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에 내부통제 개선 사항 관련 이행 실태를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인가 부대조건을 붙였다. 

    대구은행은 작년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한 것으로 드러나며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계좌 임의 개설 사고와 관련해 업무단계 분석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며 “시중은행으로서의 내부통제 기반 구축과 이행 실태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2월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요구되는 법적요건을 이미 충족했다. 시중은행의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 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갖췄다.

    ◇ 전국 中企‧중저신용자 포용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 선언 

    대구은행은 기존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전국의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뉴 하이브리드 뱅크란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의미한다. 

    대구은행은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기업 및 개인 고객, 핀테크사 및 지역사회 대상으로 8대 약속을 함께 제시했다.

    이를 통해 대구은행은 △은행산업 △금융소비자 △국가경제 등 3가지 관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관계형 금융, 포용금융 등 창립 이래 57년간 축적해 온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어려운 경제 여건 아래 금융지원 필요성이 절실한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은행업권의 경쟁을 단시일 내 촉진할 계획이다. 

    전국 금융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비용(금리)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실질적인 경쟁 효과를 체감토록 할 계획이다.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지역에 본점을 둔 유일한 시중은행으로서 모든 지역의 번영을 돕는 ‘가장 지역적인 전국은행’의 출현을 예고했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지역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지역별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공급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일조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대구은행의 새로운 사명은 ‘iM뱅크’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iM뱅크와 함께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해 57년의 역사성을 함께 담을 계획이다.

    점포망의 경우 수도권과 충청·강원 등에 향후 3년간 영업점 14개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금융상품 제조-판매 분리 환경의 이점을 활용한 플랫폼사와의 개방적인 제휴, iM뱅크 등 디지털 앱 및 IT시스템의 전면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객 친화적이면서 생산적인 채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란 이유로 자본조달이나 기업가치 평가에서 받던 불리함을 극복하고, 기존 대구, 경북과 수도권, 광역시로 제한되던 영업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접근성이 뛰어난 인터넷 전문은행의 장점도 함께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자산 성장‧건전성 악화 숙제… 과점 깰 메기 될까 

    대구은행이 실제 시중은행 과점을 깰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규모’의 벽이 크다. 

    올해 1분기 대구은행의 자산규모는 80조원, 당기순이익은 1195억원, 총자본은 4조 9857억 원, 시가총액은 1조4344억원이다. 

    5대 은행의 경우 총자산이 각 400조~500조원에 달하고 총자본은 23조~36조원대로, 대구은행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1분기 55조 574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10% 늘었지만, 1위 국민은행(343조 7000억 원)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대구은행의 규모를 고려하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기존 은행들과 경쟁해 과점구조를 해소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규모 확대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11조8033억원으로 지난해말(10조5511억원)에 견줘 11.9% 증가했다. 

    양은 늘었지만 질은 후퇴했다. 

    작년 1분기 0.27%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1년 새 0.20%포인트 오른 0.47%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충당금 전입액도 237억원에서 99% 늘어난 4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도 0.05%포인트 올랐다. 

    가파른 자산성장에 자본적정성도 악화했다. 

    대구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6.53%에서 올 1분기 말 16.40%로 1분기 만에 13bp(0.13%포인트) 나빠졌다.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8bp(0.08%포인트) 내린 13.51%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영업기반 확대는 물론 성장성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생긴 만큼 부담도 커졌다”면서 “시중은행과의 맞대결도 한계가 있어 보이는 만큼  위험 요인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