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300만명 돌파… 미만율 최대 24.3%18~19년 최저임금 30% 인상, 고용주 임금 지불 능력 부실
  • ▲ 최저임금 안내문ⓒ연합뉴스
    ▲ 최저임금 안내문ⓒ연합뉴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지난해 3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때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굳어지면서 사업주의 임금 지불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5만명 늘어났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년보다 1%p 상승한 13.7%로 나타났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지난해 우리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로 그 자체로도 높지만 법정 유급주휴 시간까지 고려하면 24.3%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의 사업체에선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적어도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선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만명 이상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건 문 정부 시절 이후 처음이다. 문 정부는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다음해 16.4% 올렸으며, 2019년에는 10.9% 올려 8350원까지 올렸다. 최저임금을 2018년~2019년 총 2년 새에 30% 이상을 올린 것이다. 2019년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338만6000명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당시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1000명에서 다음해 6.09%(11만3000명) 줄은 153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10.8%(16만6000명) 줄어 137만2000명까지 떨어졌다.

    2018년 초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627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선 전체 조사 대상의 46.9%가 최저임금 인상 대응 방안으로 '1인 경영 및 가족경영으로 전환', 30.2%가 '근로자 인원 감축 및 해고'를 답했다.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한다. 통상 물가상승률의 인상분 이상보다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잡는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맞추고, 실질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물가와 명목임금과 비교해 배로 올랐다. 2001년 대비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와 명목임금은 각각 69.8%, 159.2%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415.8%나 올랐다. 22년간 최저임금은 물가·임금과 비교해 각각 6배·2.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과 2019년의 소비자물가인상률은 각각 1.5%, 0.4%에 불과했다. 그러다 2021년 2월 1.4%, 5월 2.6%로 오르기 시적하더니 11월 3.8%까지 치솟았다. 다음해 5월5.4%, 7월 6.3%로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이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균 임금에 비해 최저임금의 기준이 월등히 높고 우리나라처럼 매년 올리는 나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계에선 인건비 전체가 늘어나 직원들에 대한 근무시간이나 인센티브를 줄이게 되고, 물가 전체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영업계의 임금 지불 능력이 흔들리는 점 뿐 아니라 수요가 높아지는 돌봄서비스, 보건서비스에 대한 임금 지급을 위한 대안으로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꼽히고 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추진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농림어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각 43.1%, 37.3%로 전체 평균 13.7%보다 2~3배 이상이다. 돌봄 및 보건서비스 종사자가 속한 보건·사회복지업은 21.7%로 나타났다.

    자영업계의 임금 지불 능력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돌봄 및 보건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으로 인해 수요자가 고용을 못하고 있는 점이 심각하다.

    연세대 강철희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재정의 한계가 있고, 최저임금 적용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라며 "싱가포르 사례처럼 돌봄서비스를 위한 외국인력을 고용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불하는 등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