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SK USA 법인 없애텔레콤·이노·하이닉스 등 5개사 지분 20%씩배터리·에너지 정책 변화 대응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SK그룹이 북미지역에서 통합 대외협력 법인을 신설하고 복잡해지는 미국 정세 대응에 나선다. 특히 SK그룹이 북미지역에서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SK하이닉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중 미국에 신설되는 'SK아메리카스(SK Americas)' 법인에 133억 원을 투입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 외에도 SK㈜와 SK E&S가 SK아메리카스 지분을 20%씩 보유하기 위해 새롭게 출자에 나섰다.

    SK그룹은 올 초 북미지역에 새로운 통합 대관 조직을 두기로 결정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새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당초 미국 내 사업 전략을 담당했던 'SK USA' 법인을 SK아메리카스 법인으로 변경하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두 회사의 출자로 설립됐던 지분구조를 바꿔 3개 계열사가 추가로 참여해 규모를 키웠다. 300억 원 규모였던 자본금은 계열사들의 추가 출자로 660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새로 출범한 SK아메리카스의 초대 대표로는 북미사업을 총괄해왔던 유정준 SK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맡는다. 유 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북미 대외협력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북미지역에서 대외협력 콘트롤타워를 두는 것은 최태원 SK 회장의 특명으로 전해진다. 특히 북미지역에서 배터리, 바이오, 에너지 등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집중적으로 육성된데다 몇 년 안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도 신설키로 하면서 북미시장과 미국 정세는 SK그룹에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 상황과 이에 맞물린 경제 정책 등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SK그룹이 새로운 콘트롤타워를 마련한 이유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폐기되고 이전 집권 시절보다 더 강도 높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한 각가지 대비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당장 미국에 짓고 있는 SK온 배터리 합작 공장 신설로 받게 되는 IRA 보조금 규모가 대폭 줄거나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와 전기차 보조금 등의 제도는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공약을 펴고 있어서다.

    더불어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신설을 추진하는 반도체 패키징 공장도 결국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보조금을 받아야만 대미 투자 수익성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힘들어질 수 있다. 현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칩스법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나 방향은 앞으로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제 막 돛을 띄운 SK아메리카스는 오는 11월 미 대선을 전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이후에도 미국에서 활동영역과 투자 규모가 커진만큼 SK아메리카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