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 대신 IPO… '안전장치' 기대'쿼드' 일원으로 정치적 리스크 낮아중국산 전기차 등 진입 어려워
  • ▲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중장기 R&D전략을 점검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현대차
    ▲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중장기 R&D전략을 점검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인도 현지화 전략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간 해외법인 거버넌스의 일반화 형태였던 조인트벤처 대신 현지 IPO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공장 철수과정에서 겪었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 법인은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30조~40조원으로 추산되며, 현지 자동차 회사 중 시가총액 4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현대차가 이번 상장을 통해 24억달러(3조3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IPO를 택한 것은 일종의 '안전 장치'라고 여겨진다. 증권가는 "현지 증시에 상장될 경우 인도 투자자 및 기업들과 이해 관계가 일치돼 위기가 닥쳐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 진출 당시 IPO가 아닌 '북경현대'라는 JV로 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중국에서 판매가 늘던 2015년 무렵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을 동시에 착공하는 등 과감한 확장에 나섰지만 사드 여파 이후 대다수의 공장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이 과정에서 1조1480억원을 들여 건설한 충칭 5공장을 4분의 1 가격인 2998억원에 팔 수밖에 없는 등 큰 손해를 봤다.

    이재일 유진투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수의 개인 주주들, 이해 관계자가 북경현대의 주주로 있었더라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우도 비슷하다. 현대차는 JV도, IPO도 아닌 단순 현지 법인을 설립해 러시아에 진출했지만 러-우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기야 4000억원대가 넘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사실상 빈손인 14만원 팔고 나와야 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와 달리 인도는 '쿼드'의 일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 IPO 추진에 힘이 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인도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정치적 리스크가 낮다는 점"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은 핵심 기술이 유출되거나 정치적 분쟁에 휘말려 판매가 급감하는 등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승용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현지 업체와 다름없는 대우를 보장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가 저가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안전 지대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인도와 중국은 앙숙 관계로 1962년부터 국경 분쟁을 해왔다. 특히 2020년 6월엔 인도 20명, 중국 3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냉각된 상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도 국민의 반중 정서와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촉발됐고, 최근엔 인도 정부가 BYD, 장성기차 투자를 불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