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SK 울산CLX 방문… ‘스마트플랜트2.0’ 체험로봇개 시설 모니터링… 드론으로 탱크 안전점검도솔루션에 60년간 축적한 기술·공정운전 노하우 접목장치산업 AI·DT 등 최첨단 기술 통해 한 단계 진화
  • ▲ SK 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 SK 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1964년 국내 최초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의 SK 울산콤플렉스(CLX)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한 데 이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 한층 진화한 기술로 생산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3일 오후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 울산CLX를 방문했다. 멀리서부터 우뚝 솟아 보이는 굴뚝과 대형 설비 시설,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파이프라인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늘로 치솟은 굴뚝들은 마치 도심 속 침엽수림 같기도 했고 거대한 정글짐 같아 보이기도 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듯 녹슨 저장탱크, 파이프라인 등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울산CLX는 60여년 전 한국 최초 산업단지인 울산공업센터(현 울산산업단지)에 가장 먼저 세워진 정유공장이다. 

    눈에 띄는 점은 쉴틈 없이 돌아가는 생산과 달리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군데군데서 ‘치이익’ 소리를 내며 피어오르는 수증기만이 CLX의 역동성을 느끼게 했다. 기자들과 행사 진행을 위해 모인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사람이 없는 무인공장처럼 느껴졌다. 실제 울산CLX의 근로자는 약 3000명 수준으로. 4조2교대로 근무해 동시 작업하는 근로자수는 700여 명에 불과하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정과정을 자동화하고 모니터링해 적은 인원으로도 대규모 시설을 관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장치산업에 AI과 DT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 안정성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방문도 SK이노베이션이 본격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플랜트2.0’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스마트플랜트는 일반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와는 차별화된 석유·화학 산업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을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은 ICT 기술 융합이 어렵다는 석유·화학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고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한 바 있다. 기술 숙련도가 높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고 있고 공정 운전 및 안전성 등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보다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후 기간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개발 및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첨단 ICT기술을 융합해 인간의 오차를 줄이고 조기 위험감지와 이상징후 발견을 통한 공정운전 안정성 제고에 방점을 둔다.

    특히 스마트플랜트2.0은 이미 개발된 국내외 솔루션을 단순 도입하는 것을 넘어 SK이노베이션이 60년간 축적한 기술과 공정운전 노하우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회사는 SK 울산CLX 현장 상황에 맞춰 대부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국내외 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을 도입하며 발생하는 현장 적용의 어려움을 자체적으로 극복한 것이다. 

    현재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설비 고장예측 솔루션,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의 약 40가지 과제를 이행 중이며,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 로봇개가 SK 울산CLX 제3 고도화 시설에서 현장점검을 수행하는 모습.ⓒSK이노베이션
    ▲ 로봇개가 SK 울산CLX 제3 고도화 시설에서 현장점검을 수행하는 모습.ⓒSK이노베이션
    이날 제3 고도화 시설(No.2 FCC)에서는 공정을 순찰 중이던 4족보행 로봇개를 만날 수 있었다. 로봇개는 No.2 FCC의 HP공정 시설 안전을 점검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동안 지켜보니 공장 외부의 파이프라인을 유심히 관찰하는가 하면 구조상 사람이 직접 보기 힘든 사각지대를 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강아지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공정을 순회하면서 온도·가스 유출 여부 등 시설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사람의 오감만으로 알기 어려운 소음 및 진동 측정에도 활용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재산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 PM은 “로봇개는 하루에 6번 40~50분 가량 현장을 순찰한다”면서 “30배 줌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와 열화상카메라, 자동회피기능 등이 탑재돼 있어 이상 반응을 감지하는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에 알람을 띄워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HP공정에서만 활용하고 있으나 추후 활용 공간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시스템’과 ‘스마트 비계 시스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시스템은 설비 중 밀폐공간 내 유해가스 여부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관리감독자가 시간대별로 현장에서 측정해야 했지만 설비 내 부착한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해가스 측정으로 인한 작업 지연시간이 대폭 감소되고 작업자 안전 보호 수준도 개선됐다. 

    스마트 비계 시스템은 정기보수 등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안전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비계에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시스템이다. 바닥인식기술을 이용해 비계의 높이·면적을 측정하고 가상으로 비계를 쌓아 작업 물량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게 돕는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은 드론으로 체육관 크기만한 75만 배럴 용량의 원유저장탱크를 점검하고, 종이 작업허가서를 모바일, 전자서명 등으로 온라인화해 시간과 비용 효율성을 제고했다. 

    김재산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 PM은 “예전 같으면 작업허가를 받기 위해 조정실과 정비동을 왔다갔다하면서 사무실에서 시간을 허비해야했지만 작업허가서를 온라인화해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면서 “휴대폰으로 작업허가 여부를 확인하고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바로 현장으로 들어간다. 출근해서 서류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장치산업에 IoT와 AI을 활용한 머신러닝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옷을 입혀 한 단계 진화를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플랜트2.0에 AI와 DT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기반의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엔지니어 업무 전반에 걸쳐 활용해 업무 효율을 혁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 울산CLX 내 90여명의 CDS(Citizen Data Scientist)와 10여명의 AI·DT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전문적인 인력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 스마트 플랜트 구축과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전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자동운전 플랜트(Autonomous Plant)’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 SK 울산CLX 직원들이 증강현실(VR)을 활용해 열교환기 내부를  학습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 SK 울산CLX 직원들이 증강현실(VR)을 활용해 열교환기 내부를 학습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