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계약직 부정채용…"또 사건·사고"총선 시즌 '양문석式 편법대출'에다 이달 초 700억원대 '대출사기'까지전국 1288개 사업장 '각자 영위'…'컨트롤타워' 중앙회 재발방지책 요원"내부통제 장치 없는 데다 각 금고 권한 지나치게 많아…상시 체계 마련해야"
-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60년 만에 첫 직선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뽑는 등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악재들이 여전히 불거지면서 '비리백화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까닭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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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에서 '양문석 식(式) '편법대출'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던 새마을금고에 임직원 횡령·배임·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차원에서 매번 내부통제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고심하지만 각 금고가 개별 사업장 형태로 운영되면서 중앙 통제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경남 진주시에 있는 A새마을금고 이사회에 이사장 B씨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B씨는 새마을금고법과 계약직 직원 운용규정·내부통제규정 등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중앙회에 따르면 B씨는 2022년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C씨 부모의 청탁을 받고 C씨를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했다. C씨 부모는 C씨의 계약직 채용을 B씨에게 부탁하며 20만원 상당의 한우 선물세트를 B씨에게 건넸다. 다만 이 과정에서 C씨도 직접 청탁에 개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후 C씨는 2022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A새마을금고에서 일했다. C씨가 퇴사한 이후 C씨의 채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민원이 중앙회에 접수돼 이 사실이 알려졌다. B씨의 부정채용 사실은 C씨가 직접 중앙회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중앙회는 지난해 10월 A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이 검사에서 중앙회는 B씨의 금품수수 및 채용 청탁 정황을 발견했고 이후 A새마을금고에 B씨 해임을 요구했다.중앙회 측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지시했다"며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 직전 양문석 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갑) 당선인이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새마을금고로부터 '편법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해당 대출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입과정에서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대출한 '불법'으로 판단돼 전액 몰수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검찰은 최근 양 의원의 자택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여전히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달 초에는 담보 가치를 부풀리고 가짜 차주를 앞세워 700억원대 불법대출을 일으킨 점이 또다시 적발되면서 새마을금고 임원과 대출 브로커 등 76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되기도 했다.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분양 중이던 경남 창원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75개실에 대한 담보 가치를 부풀려 약 718억원 상당의 불법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이와 관련, 새마을금고 전 상무 A씨가 속한 서울 모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해 7월 금고 총자산 규모에 육박하는 부실을 떠안았고, 이후 뱅크런 사태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금고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다른 새마을금고로 합병됐다.이밖에도 새마을금고는 최근 전남 신안군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가 1월 임원 1명을 견책하고 직원 2명을 감봉했다고 공시했다. 제재 사유는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하고, 또 취득이 제한되는 물건을 담보로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경남 진주시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도 이달 각각 임원 2명과 직원 1명을 제재했다고 공시했다. 제재 사유에는 부정채용을 비롯해 '부당대출'이 포함됐다. 전남 구례군 새마을금고에서는 2월 직원 2명이 정직 제재를 받았다. 이 건 역시 직원들이 취득제한담보를 통해 부적정 대출을 일으키고, 또 동일인대출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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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전체 시스템 부실이 원인… 개별 금고 권한 강력·새마을금고법도 '부실'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건·사고 발생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항변도 있다. 하지만 매년 사건·사고가 터지는 것은 새마을금고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에서 야기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새마을금고는 금고마다 이사장을 수장으로 이사·감사·직원들로 구성된다. 이는 각 새마을금고가 선거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구성한다. 각 금고는 '개별 사업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 수는 모두 1288개다. 1288곳의 사업자가 '새마을금고'라는 간판 아래서 '각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얘기다.다른 금융회사가 '본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전 영업점 등에 적용해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의 이사장과 금고별 이사회의 경영방침에 따라 내부통제 강도가 다르게 책정된다.컨트롤타워인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는 매년 점검에 나서고 사건·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것은 각 사업장이 이를 자발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즉 강력한 감시기능을 갖춘 중앙통제기관의 부재가 매년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원칙적으로는 중앙회가 금고에 시정명령, 관계임원 개선, 직무정지를 내릴 수 있지만 실제 중징계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다. 감사에 착수해도 직접 징계가 아닌 권고 수준의 문책 지시에 그치는 수준이다.직원들 비리에 대한 징계가 가볍다 보니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정기감사에서 "새마을금고는 자체검사결과를 보고할 때 직원 문책사항 항목을 넣어서 관리해달라"고 언급했을 정도다.여기에 더해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법' 자체도 사건·사고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새마을금고는 현재 '새마을금고법'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문제는 다른 금융기관이 지키는 법과 달리 새마을금고법에는 사건·사고에 대한 징계 규정이 불분명하다. 금고별 이사회가 정한 '정관'에 징계를 명시하도록 할 뿐이다. 즉 징계권한 자체가 각 금고에 있다는 얘기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음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다.한 새마을금고 고위 관계자는 "중앙회를 바탕으로 매년 사건·사고 발생에 대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각 금고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마땅한 장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올 들어서야 이사장 등 임원에 대한 결격사유, 이사장의 연임 제한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새마을금고 법 개정 등이 이뤄지기는 했다"라며 "늦은 감이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과잉대출이 특정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중앙회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행안부에서 상호금융감독청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