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6번째 원전 완공 … 연내 프랑스 제치고 단독 2위 오를 예정풍부한 자금력 앞세워 신흥국 수출시장서 우리나라와 경쟁 붙을 듯文정부 거치며 원전 경쟁력 후퇴 … 野, 차세대 SMR·고준위특별법 어깃장 여전
  •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연합뉴스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발전(원전) 생태계를 복원해 신성장 수출 동력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원전 굴기(崛起)에 나서고 있다. 머잖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리는 이념에 기반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 암흑기'를 거치며 원전 경쟁력이 후퇴한 것도 모자라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며 전횡을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9일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팡청강(防城港)시에 56번째 원전 '팡청강 4호'를 완공하며 가동 원전 수를 기준으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프랑스가 올해 원전 1기를 추가 건설하는 데 비해 중국은 연내 3기를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어서, 중국은 올해 안에 미국(94기)에 이어 단독 2위 원전 운영 국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정부 주도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가동 원전이 10기에 그쳤던 중국은 2015년 한 해에만 원전 8기를 신규 가동하며 총 30기로 한국(24기)을 추월한 상태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가 4기의 원전을 새로 짓는 동안 중국은 11기를 완공해 격차를 벌렸다.

    중국의 원전 기술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중국이 짓는 원전 25기 중 상당수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3세대 원전이며, 최근 준공돼 오는 2026년 정식 운용을 위한 시험 가동에 들어간 '링룽 1호'는 세계 최초 상업용 SMR이다.

    SMR은 기존 1000메가와트(㎿) 이상의 대형 상용원전 대비 발전 용량을 300㎿ 이하로 줄인 소형모듈원자로로,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공급 불안정성을 보완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경쟁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신흥국의 중국산 원전 수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견해다. 앞서 중국은 고속철도를 수출하면서 발주국에 정책자금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물량공세를 펼친 사례가 있다.
  • ▲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월성본부
    ▲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월성본부
    반면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뒷걸음질 친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를 국빈 방문하며 원전 세일즈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문 정부 5년간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은 더딘 상황이다. 원전 관련 업계는 일감이 없어 정부의 일감 제공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집을 꺾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사업을 지원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었다.

    i-SMR은 2022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한 국책과제로 총 3992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오는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SMR은 중대한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10억 년에 1회 미만으로, 현재의 신형 원전 대비 1000배의 안전성을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i-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 332억 원과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예산 1억 원 등 관련 예산 총 333억 원을 전액 삭감 처리했다. 다행히 삭감된 예산은 여야 합의를 거쳐 전액 복원됐지만, 제1 야당이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를 놓고 몽니를 부리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원전 관련 어깃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고준위 특별법) 처리에도 이어졌다. 이 법안은 원전 내에 임시저장 중인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방폐장)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내내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며 논의를 미뤄왔다. 28일 오후 열리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준위 특별법이 처리하지 못하면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쟁점이었던 방폐장 저장 용량과 관련해 민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21대 국회 내 법안 통과에 대한 마지막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지만, 민주당이 언제 몽니를 부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