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시 일정상 자율 조정안 열어놔각 의대 결정따라 최대 2000명 내 증원 결정KAMC, 대학총장에 공문 발송 … '정원 감축' 압박
  • ▲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각 대학 총장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19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 수정안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특례 조항'이 담겼다.

    조항에 따르면 내년도 의대 정원은 최대 2000명의 증원을 각 대학이 100%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직접 조정하지 않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감원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추계위를 통해 결정하되, 일정 내 의결이 어렵다면 각 대학이 4월30일까지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학 총장이 정부와 협의하에 정원을 확정하는 내용이 부칙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내년도 정원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 범위를 2024학년도 수준인 3058명과 여기서 2000명 늘어난 5058명 사이라고 밝힌 만큼, 2024학년도 수준에서 더 줄이거나 총 정원 2000명보다 많이 늘리는 것, 증원 대상이 아닌 대학이 증원하는 것 등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면서 대학들이 50~100% 범위에서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대학이 증원 여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감원할 수도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각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대학 총장들과 의대 개강 관련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자율 감원 방안에 대해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학 총장들은 결국 감원을 결정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19일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KAMC는 각 의대·의전원의 학장·원장으로 구성된 단체다.

    KAMC는 공문에서 "의대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 수준(3058명)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가 정책적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추계위 결정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추계위 결정을 언제까지 기다리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해결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를 일선에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본부와 학장의 의견이 엇갈리면 어떻게 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대학 내부에서 총장과 의대 학장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장은 학교 운영을 고려해 정부의 방향에 따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의대 학장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와 교수·시설 부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입시 일정상 의대 모집 인원은 늦어도 4월30일까지 확정돼야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의대 학장과 총장의 의견이 다를 경우가 많은데 (대학의 장이 정하게 할 경우) 의대 학장 의견이 반영 안 될 우려가 있어 그 부분도 부칙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며 "의료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