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운행거리, 내연기관 40% 수준출퇴근, 장보기 등 짧은 거리 이동에 사용고성능·주행거리 집중한 K-배터리 숙제로
  • ▲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전기차가 북미에서 '세컨드카(Second Car)'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출퇴근, 장보기 등 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사용되면서 고성능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K-배터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7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의 일일 주행거리는 21.5km로, 가솔린 차량의 일일 주행거리 54.5km의 40%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누적 기준 349만대로, 전체 승용차 대수 중 1.1%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의 일간 전력 소비량은 4.3kWh로, 이는 약 21.5km를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가 세컨드카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전 세계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 역시 전기차를 메인이 아닌 세컨드카로 사용하고 있고, 보급률 감안 시 가솔린 소비가 줄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K-배터리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력과 구매력을 고려해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에 주력했는데, 전기차를 세컨드카로 사용하는 현지 니즈와 엇갈려 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대응에 나선 상태다. 국내 배터리 3사들은 주행거리가 비교적 짧으나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보다 최대 24% 저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차세대 제품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준비하지 못한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이 치고 들어오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은 포드와 GM과 함께 미국이나 멕시코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은 재정비할 기회"라며 "전기차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보단 실제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