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7차례 '동결'…연내 금리 인하 1회 전망美 5월 CPI, 시장 전망치 하회…금리 인하 청신호파월 "인플레 둔화 진전"…노랜딩 우려 불식SG "중요한 것은 연준이 금리 인하 예상한다는 것"
  • ▲ 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공.
    ▲ 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금리 인하 전망 횟수를 축소했음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우려했던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2021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9월 인하 전망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인하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 파월 “물가 진전…통화정책 대응 준비 돼 있어”

    FOMC는 12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25~5.5%로 7회 연속 동결했다.

    이번 FOMC에서 주목을 끈 것은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말한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말 금리 수준을 연 5.1%로 예상했다. 기존에는 올해 말까지 세차례 인하를 예상했지만 기껏해야 한차례 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매파적인 점도표와 달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 중 발표된 5월 CPI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비둘기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오늘 CPI보고서를 진전(인플레이션 둔화)으로 보고 있다”며 “연준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5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3.5%)를 밑돌았다. 3년 여만에 가장 느린 속도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 밖으로 약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둔화한다면 그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내기도 했다.

    다만 그는 “금리인하에 확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오늘 CPI는 올바른 방향을 위한 한걸음이나 단 한번의 수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 투자은행들, 연내 인하 확신…“9월 가능성 높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파월 의장의 기자간담회 이후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확신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ocGen)은 “점도표에서 올해 인하 횟수가 한차례로 바뀌었지만 궁극적으로 연준은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완만한(softer) 인플레이션만으로도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노동시장의 약화가 이어지면서 이후 7번의 회의에서 연속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 점도표에 5월 CPI가 반영되지 못해 매파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파월 의장이 CPI 데이터 이후 전망치를 변경할 수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언급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CPI가 점도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금리인하 기대, 가계부채 키울라…한은, 신중모드

    시장의 기대대로 미국이 9월이나 11월 피벗을 단행한다면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 된 가운데 먼저 금리를 낮췄다가 자본 유출과 고물가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연준의 금리 결정을 예의주시하며 연말까지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과도하게 금리인하 기대를 키웠다가 가계부채 문제 등 내부 이슈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인하 예상에 따른 주택 가격 재반등 기대에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6조원 가량 증가했다. 9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또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2달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환율과 지정학적 분쟁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전날 한은에서 열린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통화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겸손한 자세로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