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율 20% 수준, 점차 낮아질 듯 의협 주도 전면휴진·총궐기 … 환자·정부 고강도 압박 이미 의대증원 종결된 사안 인식 … 피해만 양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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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기자
    의료계가 의대증원 반대를 위해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추진 동력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2025학년도 증원 결정은 이미 끝났고 넉 달째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받는 환자들의 아우성을 모르는 체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주도의 휴진 시행과 달리 묵묵히 치료에 집중하는 의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의사는 환자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치의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작된 서울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에 이어 이날 의협의 전면 휴진이 연이어 발생한다. 의대증원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막판 투쟁으로 읽히는데 이러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먼저 서울의대 교수들은 무기한 파업 선언에도 정상 진료를 하는 교수가 더 많았다. 시행 첫날 20% 휴진율로 일부 환자의 불편이 발생했지만 전체 진료과는 폐쇄 없이 가동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정책 반대를 위한 선언적 의미로 작동할 개연성이 크다. 서울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무기한 휴진이 아닌 '일주일' 정도로 설정하고 의지를 보이되 환자 피해는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진료 일정이 조정되지 않은 환자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걱정 마시고 병원으로 오시길 바란다"며 "다른 병·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오는 27일 세브란스병원, 내달 4일 서울아산병원 소속 교수들의 휴진이 예고됐지만 이 역시 상징적 행동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중론이다. 교수들이 투쟁체로 나섰지만 전시 수준의 셧다운을 스스로 발생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이다.

    ◆ 의협 주도 전면휴진, 부담 큰 개원가

    이날 의협 주도의 집단휴진 및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의대증원 백지화하고 감옥에 가겠다"는 임현택 의협회장의 기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국 뇌전증 교수들은 이번 전면 휴진에 불참을 선언했고 분만, 아동병원 등 필수의료 영역에서도 현장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등에서도 환자 진료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원가 원장은 "환자와의 신뢰,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직업적 가치를 휴진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휴진을 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찍히는 작금의 구조를 만든 의협 집행부의 행보에 수긍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개원가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 수준이다. 오전 진료 후 오후 총궐기대회 참석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전면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의협에 대해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환자들과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진료 취소는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특히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적은 세종시 주민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휴진 블랙리스트'를 꾸리겠다고 하는 등 대응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는 불법을 방치해선 안 된다. 그간 의료대란에 미온적 대응으로 지금의 사태악화를 불러와 의사들을 정부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특권층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 힘 있는 자든, 없는 자든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가치를 확립해야 한다"며 "불법에 가담한 의사들을 예외없이 행정처분과 사법처리, 그리고 면허박탈을 실시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추후 정책 반대를 위해 파업을 진행할 여지가 있고 전공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아 필수, 지역의료 공백이 예상되므로 외국의사 수입을 통해 의료공백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과 파업에 불참하기로 한 참의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했다.

    의료계의 의대증원 반대는 상반기 내내 지속돼 개원가부터 대형병원 교수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확산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넉 달 동안 환자 피해가 쌓여있는 상태라 환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종결된 2025학년 의대증원이 아닌 내후년 입시부터 조정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현명하며 집단휴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선을 넘은 행위'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