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비용률 증가는 자산 축소 탓 "숫자로만 재무 판단해선 안 돼"PF대출 정리 총력… 옥석 가려 완공 후 회수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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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저축은행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던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결국 하향 평정을 피하지 못 했다. 회사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무리해서 당장의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왕도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1일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서 한국기업평가가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대해 "내부에서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투기 등급까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저축은행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발행도 하지 않아서 신용도 강등이 급박한 문제는 아니"라고 자평했다.

    신용등급이 'BBB'보다 아래인 투기 등급으로 내려가면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원인 퇴직연금 운용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기업 신용등급은 일반 회사채, 은행채, 카드채 등을 발행할 때 금리 산정의 지표로 활용된다. 회사채 발행 자금 조달을 하지 않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BB'까지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이유다.

    ◇ 나쁘다는 재무지표… "들여다보면 이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용평가사에서는 지표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어떻게 그런 숫자가 나왔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연체율이 나빠진다면 정말 연체 건수만 늘어서일 수도 있고 총 대출자산이 줄어서 연체율 수치가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도 대손비용률과 관련해 이런 점을 명시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의 대손비용은 2022년 1771억원에서 지난해 1809억원으로 소폭(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 줄어 대손비용률(총여신에서 대손비용을 나눈 값)이 크게 상승했다.

    자산 건전성이 높은 저축은행을 의미하는 '88클럽(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 기준으로 봐도 웰컴저축은행의 상황이 등급 강등까지 단행할 정도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올해 3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은 8%를 훌쩍 넘는 15.2%를 기록했다. 2022년 12.5%, 지난해 말 14.9%로 꾸준한 개선세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1분기 9.6%다. 지난해 말 7.8%에서 1.8%p 나빠졌다. 전체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10.3%와 비교하면 평균보다는 나은 정도다.

    ◇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NPL 정리,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적극적으로 임해온 PF 관련 자산 정리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저축은행중앙회가 조성한 펀드에 지난달까지 960억원의 고정이하 PF 여신 매각을 완료했다. 888억원가량의 펀드 추가 출자도 계획하고 있다.

    헐값에 급히 정리하기보다는 최대한 사업장 완공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검토를 통해 악성 NPL을 가려내 신속히 매각하는 한편, 수도권 사업장을 위주로는 완공·분양 후 대출상환을 기대하고 있다.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져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웰컴처럼 금융지주회사가 없는 곳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렵고 당국의 PF 연착륙 속도전으로 업권 전체 연체율이 일제히 올라간 측면도 있다"며 "당장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실채권을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고, 들고 있으면 신용등급이 내려가 영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자율협약 종료 시 충당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연체기간 산정을 보수적으로 할 것을 저축은행업계에 지시했다.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쌓을 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미리 고삐를 조인 조치다.

    예를 들어 자율협약 1년을 맺고 이자를 잘 납부해 '정상'으로 분류됐더라도 한 번 연체하면 전체 협약기간인 1년을 연체 기간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정상 채권이 한순간에 연체 채권으로 바뀌어 쌓아야할 충당금 폭도 치솟게 된 셈이다.

    웰컴저축은행으로서는 몰아치는 세파를 맞으며 자본금 확충·부실채권 정리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할 시간이다.